신은 영원한 사랑이다 도스토예프스키에대해 신은 영원한 사랑이다

신은 영원한 사랑이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스도를 믿고 그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호산나는 회의라는 시련의 도가니를 지나왔다.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자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선과 악의 본질을 꿰 뚫고자 했던 19세기 러시아 민중작가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민중작가인 것은 대 부분의 그의 소설에서 배경이 되고 있는 곳이 동시대 문학의 위대한 성인 톨스타이와는 다른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터전인 도시의 뒷골목이기 때문이다. 대대로 귀족 집안에서 자란 톨스토이의 작품에는 귀족적 성향이 나타난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가며 읽는 것 도 러시아 문학을 이 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소설은 소외된 이들의 자기파괴적인 범죄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선과 악의 문제 를 개진하는데 적절한 심리적 상황을 연출해 내곤 한다. 소…(생략)

토예프스키가 전하고자 하는 `선`에 대 한 믿음을 확실히 느낄수 있다.
이와 같은 작가의 `선과 악`에 대한 사상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은 그의 최후 의 대작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를 통해서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수십년에 걸친 인생경험과 심리적, 윤리적 노고가 이 소설의 창작에 쓰여졌다. 즉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는 고뇌가 선과 악의 모습을 거쳐 신의 영역에까지 접근을 시도하는 작가적 고뇌의 결과물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선과 악의 사고의 과정을 벗어나 신의 유무인지도 모른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소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선과 악, 자유와 고통으로 인해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며 그 이상은 아니다. 그는 다만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어렴풋이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어린아이에게 자전거 타는법을 알려 줄 때 처럼 말이다. 그 방향에 대한 가치평가는 물론 불가능하다. 그 평가는 우리들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명확히 알 수도 없다. 작가는 단지 안주가 불가능한 도달해야 될 목표를 향해 독자를 재촉하고 그 자신, 창공의 별이 더 이상 빛나지 않는 시대에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빛나는 별로 인간세계를 비추고 있을 뿐이다. `선한 것은 무엇이고 악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던진다면 아마도 그는 `하나님의 뜻이 선이고, 그 반대가 악` 이며, 나아가 `영구적인 사랑을 행할 수 있는 자가 선인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악 인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선과 악의 실체는 신과 사랑의 범주 를 벗어나서는 파악할 수 없는 문제이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선과 악, 신과 악마, 영구적 인 사랑과 순간적인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주인공들을 보여주고 있다. 먼 저, 우리는 `신의 세계`를 부정한 채 논리의 힘으로 선과 악을 파악하고자 하는 이반 까라마조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반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신의 세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무신론자이다. 그는 주인공들 중 그 누구보다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며, 뛰어난 이성의 힘으로 `신의 세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인물이 다. 이러한 이반의 사상은 서구사상에 물들어 있는 19세기 러시아의 젊은 유물론 자, 사회주의자들을 대표한다. 이들의, 신을 인정하면서도 신이 부여한 자유의 가 치를 부정한다.
그런데 이반은 사랑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반역자로 보여지는 것일까? 문제는 이반의 삶에 대한 사랑이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반의 논리대로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세상은 아 마도 모든 진리가 사라진 혼돈의 모습만을 띠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반의 대서 사시 <대심판관의 전설>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그의 극시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종교재판이 곳곳에서 일어나던 시대에 스페 인의 한 지역에 강림한다. 이 때 그리스도는 죽은 이를 살리는 기적을 행하지만 대심판관에 의해 감옥에 수감되고 심문을 받기에 이른다. 그들은 예수가 어리석 은 인간에게 부여한 과중한 자유를 그들이 적절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존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예수가 선물한 자유를 다시 거 두어들이고 빵을 주어 육체의 만족을 꾀한 다음 그 대가로 절대적인 법으로 인 간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관한 성직자들의 논리는 인간이 예수가 선물한 자유의 혜택을 누리기엔 너무나도 미미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이용하여 마침내 인간을 인간이 요구한 복종의 상 태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인간의 선택의 자유를 제거해 버린채 자발적인 선의지를 가로막는 악의 이론이다. 그의 극시를 통해 드러나는 신의 나라에 대한 부정, 부친 살해 로 결말을 맺는 무신론적 논리, 불멸의 거부와 영구적인 사랑을 부정하는 논리는 모두가 악의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스메르자코프에 의해 실현되는 부친살해 사건, 그가 꾸게 되는 악몽 등이 이반의 정신적 파멸로 이어지는 것은 `신의 품`안에 있기를 거부한 사회주 의 유물론자들의 악한 모습의 결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 키가 이반을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몰고간 이유는 무엇일까? 의혹, 괴로움, 부정으로 설명되는 이반의 논리성의 파멸은 `신의 세계`를 거부한 채 목 적마저 상실해 버린 그의 논리는 마침내 다가올 그리고 다가와야만 하는 새로운 삶을 맞기 위한 일종의 과정인 것은 아닌가?

이반과 달리, 드미뜨리의 까라마조프적 기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관능적 욕망과 순수한 마음 두 가지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었다. 다. 대항할 만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서 그 에게는 언제나 구원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그의 고백은 마치 어린애의 그것과 같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행하는 그의 사랑스런 선행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신에 근접한 행위 이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주인공에게 구체적이고 명확한 구원의 길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신의 말씀`에 따르는 길을 제시한다. 드미뜨리는 감옥에서 깊은 고뇌 끝에 다음과 같이 알료샤에게 고백하고 있다. 드미뜨리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치 않고 사랑을 논한다는 것은 상 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인류의 선한 행동과 사랑은 오직 하느님만을 향한 것 이기 때문이다. 드미뜨리는 이반의 풍부한 지식을 부러워 하지만 이반의 무신론 만은 그에게 이해할 수 없는 바보짓이다.

이반의 정신이 대표하는 악한 것, 알료샤가 대변하는 선한 것은 단정짓기를 거부한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는 선악에 대한 투쟁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따름이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는 작가의 회의 속에서 시작되었고 회의적인 사고들이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희미한 무엇인가를 남겨놓고 이야기를 마친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