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대화편을 읽고 소크라테스 변명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대화편을 읽으면서, 많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 제일 먼저는, 2500년이 지난 현재까지 많은 영향력을 주고 있는 위대한 소크라테스가 왜 사형이라는 극형을 받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또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그 시대에서는 어떻게 인정받고 있었는지 등등이었습니다. 이 대화편을 읽으면서 그런 많은 의문들이 풀리게 되었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먼저 그 시대 상황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
당시의 아테네는 페리클레스가 사망하면서(기원전 429년) 통치력이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그 여파로 스파르타와의 이른바 펠로폰네소스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었다. 플라톤이 태어난 것도 이 시기였다. 내전은 예상과 달리 지리멸렬하게 계속되어 시민들은 끝없이 전장에 동원되어야 했고 많은 사람들…(생략)

1)“소크라테스를 제외한 모든 아테네 사람들이 청년들을 훌륭하고 선하게 한다.”

2)“청년들을 고의로 부패시키고 나쁘게 만들고 있다.”

3)“소크라테스는 전혀 신을 믿지 않는다.”

에 기록된 내용과 거의 일치되는 것으로 보아 이 대화편이 사실에 의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크라테스가 묘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소크라테스의 생애에서 가장 고귀한 모습으로 교훈과 익살이 뒤섞인 소크라테스의 열변은 그의 인격을 한결 돋보이게 하며, 인간 소크라테스를 가장 아름답게 부각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이 대화편은 3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변명의 근본 취지, 둘째는 형벌의 경감에 대한 연결, 셋째로 예언적인 견책이 그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우선 자기가 웅변과 수사에 능치 못함을 내세우고, 자기를 고발하고 정죄하는 것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그 하나는 여론이라는 무명의 정죄자이고 또 하나는 자칭 정죄자이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이란, 첫째 소크라테스는 악행자이며, 천상 천하를 탐구하는 괴상한 자일뿐만 아니라 악을 선한 듯이 가장하여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자라는 것이고, 둘째로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유혹하여 나쁜 길로 인도하여 국가의 신들을 신봉하지 않고 새로운 신을 끌어들인 자라는 것이었다. 이 후자는 고발장에 실제로 기록되어 있으며, 전자는 단지 여기에 첨가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하여 해명하여, 그 오류를 일소하려고 한다. 그는 우선 자기와 소피스트의 다른 점을 지적하여 말하고, 또한 자연철학은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르친 적이 없다고 말하였다.
다음에 자기가 이러한 누명을 쓰게 된 원인은 일종의 기묘한 신의 명령으로 소크라테스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자라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 자신도 자기가 현명한 자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고 자기보다 더 현명한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정치가를 찾아가고, 다음에 미술가, 이어서 공예가 등을 찾은 것은 모두가 자기는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이들은 자기보다 아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을 아는 점에 있어서 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하여 그는 일생을 자칭 철학자라고 하는 자들의 가르침을 논파하는 데 소비하여 사람들의 혐오를 받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 경위에 대하여 재판관에게 해명하였지만, 결코 자기를 법에 의해 극형에 처하려는 국법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그 목숨을 건지기 위해 애원하지는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오히려 죽음을 각오하고 이것을 원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자기를 변명하는 그의 어조는 더욱 준엄한 명령처럼 울리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그를 죽음에서 건지기 위해 돈을 거출하여 구명운동에 나섰으나, 소크라테스는 이를 거절하고 국법에 딸라 조용히 죽음을 택하기로 하였다. 이 변론에는 이러한 소크라테스이 늠름한 태도와 사생관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면 도데체 소크라테스는 어떤 고발장을 받게 된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국가가 신봉하는 신들을 신봉하지 않고 다이몬이라는 색다른 것을 신봉하기 때문이다.”

*고발장 내용
저는 이 대화편을 읽으면서 제일 관심 깊게 읽은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다음은 소크라테스의 고발장 내용에 대한 변명입니다.

*변명
1)“소크라테스를 제외한 모든 아테네 사람들이 청년들을 훌륭하고 선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말(馬)을 휼륭하게 하는데, 누군가 한 사람만이 나쁘게 하는 것일까? 혹은 이와 정반대로, 말을 다룰 줄 아는 어떤 사람만이, 혹은 소수의 사람만이 말을 휼륭하게 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말과 함께 있으면서 말을 다루면, 말을 나쁘게 하는 것이 아닐까? (25b)
→ 말을 훌륭하게 키우는 사람이 모두일 수 없듯이, 사람을 훌륭하게 하는 사람이 모두일 수는 없다.

2)“청년들을 고의로 부패시키고 나쁘게 만들고 있다.”
나쁜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 나쁜 짓을 하고, 좋은 사람은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함께 있는 사람을 나쁘게 만들면 그 사람한테서 나도 무언가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데도 내가 고의로 그렇게 한다면, 이만저만한 무지가 아닌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와 같은 피해를 나 스스로가 자진하여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 당신의 주장인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 세상의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실제로 남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거나, 혹은 나쁜 영향을 주고 있더라도 그것은 내가 고의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약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내 고의가 아니라면, 본의 아닌 잘못에 대해서는 이런 자리에 끌어낼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만나서 가르치고 타이르는 법이다. 이 곳은 정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불려 나올 곳이지,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올 곳은 아니다.(25d~26b)

3)“소크라테스는 전혀 신을 믿지 않는다.”
자네는 내가 다이몬에 관한 것을 그것들이 새로운 것이건 맑은 것이던, 아무튼 믿고 있고 또 믿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네. …… 그러나 다이몬에 관한 것을 믿는다고 하면, 또한 내가 다이몬들을 믿고 있다는 것도 아주 필연적인 일일 것일세. 그런데 우리는 다이몬들을 신들 혹은 신들의 아들들이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그렇소”
즉, 신들을 믿지 않은 내가, 다이몬들을 믿고 있으니까, 또한 신들을 믿고 있다고 하는 것이 자네 주장이 되네. (27~28b)



*사형확정 후
1)유죄 판결자에게
유죄 투표를 한 여러분에게 예언해 두고 싶소. 여러분은 나의 죽음을 결정했지만 내가 죽은 뒤 머지 않아 여러분에게 징벌이 내릴 것이오. 그것은 여러분이 나를 사형에 처한 것보다 훨씬 쓰라린 형벌이 될 것이오. 지금 여러분이 이런 짓을 한 것은 생활은 반성하는 데에서 해방되고 싶어서였지만, 실제의 결과는 그 반대로 여러분을 심판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오. 그 사람들은 젊으니까 그만큼 거셀 것이며, 여러분은 또 그만큼 쓰라린 생각을 하게 될 것이오.(38~39d)

2)무죄 판결자에게
저에게는 다이몬의 예언이 전생애를 통하여 자주 나타나서, 제가 하려는 일을 옳지 않을 때에는, 그것이 아주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반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 일어난 일은 ,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이, 재앙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고 또 세상에서 흔히 그렇게 생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 하지만 이번에 이 사건에서는 행위에 대해서나 말에 대해서나 저에게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무라 할 것으로서 죽은 사람은 아무 감각도 가지고 있지 않든가, 혹은 전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일종의 전생이요, 영혼이 이 세상에서 딴 곳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몇 번이고 죽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굉장히 좋은 것일 테니까요.…
여러분도 죽음에 대해 좋은 희망을 품으십시오. 그리고 이 한가지, 즉, 착한 사람에게는 살아 있을 때나 죽어서나 나쁜 일이 하나도 없고, 또 무슨 일을 하든지 신들의 배려를 받지 않는 법이 없다는 것을 진리로 알고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상이 소크라테스의 고발장에 대한 변명과 마지막 연설의 내용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와의 대화를 통해서 멜레토스의 주장에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하게 하고, 스스로 그것에 동의하게 만들면서 자신을 변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 읽다가 보니까 참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은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무죄임을 설명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여기서 그가 별로 살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는데, 제 생각의 결론은 (좀 과장될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어차피 자신과 대립되는 사람들에 의해서 죽게 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서 더 이상의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서도 초월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봐서도, 마지막까지 두려움 없는 당당한 모습으로, 어느 때와 같이 사람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로 교화시키려는 모습은 철학자로써, 또 교사로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몬”이라는 신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다이몬은 신 또는 신의 아들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섬기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다이몬이 자신이 잘 못할 때 반대한다고 한 것으로 봐서 그것은 자신의 속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고 살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면서 변명의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다 되어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자는 죽기 위하여, 여러분은 살기 위하여, 그러나 우리들 중의 어느 쪽이 더 좋은 것에로 가는지, 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릅니다.”(40~42)
그의 연설이 지금까지 통용되고 읽혀지고 배워지고 있는 것은 그것이 시대불변의 진리이고 변할 수 없는 참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몸으로 실천하였기 때문에 그를 위대한 위인으로 뽑는 것 같습니다.
처음 읽는 철학 책이 다소 어렵고 이해가 안 되서 몇 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어야 했지만, 좋은 책으로 첫발을 시작한 느낌이라 좋습니다.^^*



*참고자료
플라톤 전집 - 소크라테스의 대화 (서울출판부)
한권으로 보는 서양철학사 100장면 (가람기획)
플라톤의 대화 - 최명관 저 (종로서적 주식 회사)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분석 (방송대 이정호 교수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