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3중나선 3중나선

3중 나선 (3중 나선, 리처드 르원틴)
얼마 전 TV에서 과학다큐멘터리를 흥미 있게 본 적이 있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다는 내용으로 관심을 끌었던 다큐멘터리였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프로에서 방영된 학설에 따르면, 인간(척추동물)이 지구를 정복하기까지는 두 종류의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달팽이(연체동물)고, 다른 하나는 곤충(절지동물)이다. 인간의 조상(인간의 조상이라고는 하나 아직 육지에는 동물이 진출하지 않은 때이다.)은 절지동물과 연체동물이 지구를 지배할 당시엔 대단히 약체였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빙하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연체동물이었던 오징어 모양의 달팽이는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멸종하였고, 갑각류인 곤충은 육지진출(당시, 식물이 대기 조성을 바꾸어 놓았다.)을 위해 몸의 크기를 줄여야 하였으므로 피지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인간은 그러한 제약들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생략)

생명체, 제2장 생명체와 환경, 제3장 부분과 전체, 원인과 결과, 제4장 생물학 연구의 방향이 그것이다. 나는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특히 유전학은 멘델의 유전 법칙이나 겨우 아는 상태이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닥쳐오는 졸음과 그 때마다 이해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을 뿐더러 다시보라면 또 이해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용이 (나에게는) 전문적이어서 (나에게) 아주 생소한 용어이외에는 역자가 주를 달아놓지 않아 책을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럼 그나마 이해한 얼마 안 되는 부분을 갖고 나의 의견을 전개시켜 나가기로 하겠다. 우선 제목이 왜 3중 나선인지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자.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유전자는 2중 나선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제목에서의 3중 나선은 또 다른 나선(추상적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이 생명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겠다.

2차 대전 당시 유전적으로 유태인의 형질을 갖고 태어난 과거의 사람들은 위대한 유전형을 갖는 게르만 인에게 수모를 당하였고, 이때 공공연하게 들먹인 것도 유전이었다. 이 책에서 세 가지 다른 고도에서 성장한 아킬레아(Achillea)의 유전적으로 다른 7주(株) 복제식물의 성장 그래프가 있는데 각각의 것들을 고도를 달리하여 보았을 때, “어떤 유전형이 최고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대답은 할 수 없었다. 또한 옥수수 생산량을 놓고 보았을 때 환경의 질에 따라 변종 1과 변종 2가 1차 함수 꼴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는데 그 두 함수가 교차하는 부분이 있어 이 또한 환경에 따라 생명체의 우수성이 달라지므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위의 결과를 놓고 이 책은 빈 양동이의 은유를 썼다. “독수리가 참새 품에서 자랄 수 없습니다.”라는 구절이 생각나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IQ를 놓고 보았을 땐 우월한 형질이 정해져 있는 듯 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각각의 유전형의 수치 변화가 일정했다. 양호한 환경의 유전형도 최악의 제한된 환경에서의 유전형을 따라잡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중간에 곰팡이 재배 개미들이 존재한다는데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 개미들은 분명 우리 인간보다 농업을 더 일찍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개미하면 떠오르는 자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하는 소설가인데 금파리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몇 자 적고자 한다. 금파리는 교미할 때 암컷은 중간에 배고프면 수컷을 잡아먹는 다고 한다. 그러나 누가 일을 보는 동안 잡아먹히고 싶겠는가(안 그래도 짧은 파리의 생애). 물론 소설 ‘뇌’에서의 체스 챔피언이자 정신과 의사야 말로 그 꼴이지만. 금파리는 이 의사 꼴이 되지 싫어, 암컷과 교미를 하기 전에 먹을 것을 갖다 바친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먹을 것을 갖다 바치자니 귀찮으니까, 수컷도 머리를 써 먹이를 포장을 한 것처럼 위장을 한단다. 그럼 암컷은 포장을 뜯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고 수컷은 그동안 일을 끝내고 사라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럼 암컷은 그 포장을 흔들어 보아 내용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수컷은 그에 대비하여 배설물과 같은 것을 넣어 놓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진공관이 초고밀도직접회로로 바뀌는 세월동안에 일은 아닐 것이다.

인간보다 영악한 생명들을 보노라면 내가 처음에는 미심쩍어 했던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절지동물인 금파리의 기지가 그 정도면 인간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 아닌가. 원숭이의 예로 들자면 동남아시아의 한 섬에는 원숭이가 많이 산다. 원숭이가 그렇듯이 사람에게 미치는 폐해가 큰 나머지 도시에서는 원숭이들을 살육하기 시작했고 원숭이들은 사원으로 도망쳤다. 신성한 사원에서는 원숭이를 죽일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원 근처에서는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원숭이들은 관광객들의 물건(카메라 목걸이 등의 귀중품)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숭이가 따로 암시장을 만들어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기 때문에 다시 관광객의 곁에서 맴도는데 먹을 것을 주면 물러난다고 한다.

이 지경까지 이르면 불을 빌려준 프로메테우스에게 까지 감사해야 하지 않는가. 물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환경 운동가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살리자고 한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인 균류나 남조류가 생기기 시작한 뒤 40억년 이라는 유구한 세월 동안 지구상의 99.9%는 멸종 했다. 이렇듯 사람들은 환경을 지배하여 환경이 인간의 손에 의해 자유자재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예를 보면 부질없는 짓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동북부지역은 1850년쯤에 이르러 인구밀도가 최고에 달했다. 그 시기 거의 대부분의 토지는 농장들에 의해서 점유되었다. 토양층이 얇고 성장할 수 있는 계절이 짧은 이 지역에서의 농사는 매우 어려워서, 작물들이 성장하기에 이상적인 곳이었던 중서부 지역에 새로운 토지를 개척하도록 정부정책상 장려하게 되자, 많은 인구이동이 있었다. 그 결과 북동부 지역의 많은 농토들이 자연스럽게 숲으로 복원되었다. 뉴잉글랜드에서는 이런 복원이 초본식물들과 낮은 관목들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이들은 곧 단일 품종으로 빽빽하게 들어서는 스트로브 잣나무(white pine)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20세기 초반, 이들 스트로브 잣나무는 크게 자라 목재와 종이 생산을 위해 엄청나게 베어졌다. 이후 거의 대부분이 거대 종이회사인 토지 소유주들은 소나무(과)숲을 다시 키우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소나무 묘목을 뒤덮어 밀어내는 활엽수의 자연적인 번창으로 인해 계속 실패하였다.

어차피 환경운동가들이 추구하는 바는 (진정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더라도) 인간이 멸종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어차피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종은 언젠가 멸종하게 되어있고, 20억년 뒤에 태양이 지구를 삼킬 때면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들은 모두 절멸할 것이다.

게놈프로젝트(원래 발음은 “지놈”이다.)는 인간의 염색체의 30억쌍에대한 염기서열을 풀어내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원래 90년 미국을 주도로 15년의 계획으로 30억불에 달하는 초기투자비용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밀기계들의 발전에 힘입어 그 연구의 진행속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2001년 2월에 1차 결과가 발표되었다. 현재의 진행속도로는 2003년 최종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히 염기 서열만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은 멀다. 게놈은 DNA가 단백질을 만드는 것에 대한 내용도 밝히려 하나 이 책에서는 분자생물학자들이 단백질 구조 결정에 대한 무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DNA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삽질이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특정 저장 기억들의 신경생리학과 신경해부학적 구조는 무엇인가? 시간이 다른데도 같은 “장소”에는 같은 기억들이 자리 잡고 있는가? 가장 간단한 컴퓨터조차도 새로운 정보가 추가됨에 따라서 기억하는 정보의 위치가 변한다. 분석과 환원주의적인 생물학의 대단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왜 귀가 있는 자리에 발이 붙어있지 않은지 알 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