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유전, 운명과 우연의 자연사`를 읽고 유전운명과우연의자연

나는 누구일까. 나라는 생명의 운명은 어떻게 존재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영겁의 시간 속에서 너무나 짧은 생을 살다 가게 될 나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이건 단순히 나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결과 생명이 잉태되어 모년 모월 모일 세상에 태어났다는 분명한 사실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내 어린 시절 아버지는 호박모종을 종종 사오셔서 마당 한 구석에 조심스레 옮겨 심으셨다. 발로 꾹꾹 누르고, 물도 듬뿍 주시는 모습은 한눈에 봐도 무척 귀하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한번은 그렇게 귀하게 키우던 호박모종에 열매가 달리지 않았다. 그 해 꽃이 한창 피던 시기에 비가 끝도 없이 내렸는데 아버지는 그것이 이유라고 하셨다. 원래는 나비와 벌이 날아와서 꽃가루를 옮겨주어야 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비와 벌이 오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호박이 달리는 것은 다음해가 돼서야 볼 수 있었…(생략)

과 살들이 만들어지고, 나의 얼굴이 나의 사지가 생겨나는 그 순간까지 나의 내부에서 그 모든 것을 살아있는 느낌으로 느끼는 듯한 착각일으킬 정도였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결코 다르지 않은 하나의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롭고 놀라웠지만, 그것보다 나는 이 세상의 생명체가 결코 인간보다 하위에 있거나, 인간이 그것들 위에 존재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에 더욱 큰 감동을 받았다. 창조론과 진화론과는 무관하게 인간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수직적인 서열로서 인식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아주 일반적이고, 당연하지만, 쉽게 간과해 왔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풀어가는데 있어 애커먼은 자신의 가정사를 도입하였는데 그것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고, 그러한 대입이 바로 나와 나의 가정사의 대입으로 이어져 결국 나와 세계, 나와 생명, 나와 자연이라는 자연스런 대입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은 정말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결코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운명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 이 책을 통해 내가 넓힐 수 있었던 생명에 대한 고찰은 자연에 대한 나의 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