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이기적인 유전자` 독후감 이기적인 유전자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고
‘이기적인 유전자’. 유전자는 현대 시대에 중요한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대를 사는 나로선 이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 제목이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 했던 대로 첫 장을 여는 순감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강렬한 지적 충격을 던져주는 책이다. 내가 생물학에 문외한인 관계로 도킨스가 생물학계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이기적인 유전자설`을 통해 진화론의 가장 근본적인 측면을 속시원하게, 거침없이 설명해주고 있다. 진화의 기본 단위를 개체나 종이 아닌 유전자에서 찾는다는 발상은 현기증마저 느끼게 해주며, 이 발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제시하는 각종 실험 결과물은 읽는 이들을 강렬하게 `중독`시켜버린다.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로도 유명한 도킨스의 또 …(생략)

정보 또한 원본과 복제본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복제되고, 하드웨어란 표현형(유전자의 운반체)을 통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전달,보존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생명현상을 단백질 분자의 생화학적 작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정보의 교환,복제,해석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시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를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기계가 존재한다면 그 기계를 생명체가 아니라고 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meme은 그 생명체의 유전자형을 일컫는 저자가 제안한 용어이다.
도킨스의 책은 항상 그 박진감 넘치는 문체와 격렬한 주장 때문에 가장 논쟁적인 책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다. 기꺼이 이 주장 강한 책에 뛰어들어 도킨스의 주장에 귀기울인다면 다윈이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생명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기적인 유전자의 제목만을 생각하고 책의 내용을 지레 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리쳐드 도킨스는 세계적인 인기 과학자중 한명이다. 조지 윌리암스와 해밀턴의 유전자기계론의 영향을 받은 이 책은 데카르트적인 환원론적 세계관을 `유전자`라는 생명의 기본 코드에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중 Arms Race (군비확장경쟁) 이론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루이스 캐롤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서있기 위해서 달리라는 이상한 주문을 한다. 도킨스는 자연은 치열한 군비확장경쟁의 장소이며 그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위해 종들은 끊임없이 진화했다고 이야기한다. 토마스 헉슬리경에 의해 제안된 `적자생존` 개념을 쉽게 풀어 쓴 것이다. 물론 이 개념은 리쳐드 도킨스가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기적인 유전자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장에 있다. `Meme`: 문화복제자 가 그것이다. 유전자가 자신의 후손을 좀더 많이 복제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인간의 문화속엔-정확하게 말하자면 개개인의 두뇌속엔- 문화소, 혹은 문화복제자가 숨어 있다는 이 제안은 Memetics라는 학문분야를 만들정도로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는 가설이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가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스스로의 생각, 음악, 취미를 타인에게 전파하기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왜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되 주제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사상가들은 책을 저술하며, 작곡가들은 음악을 만드는 것일까? 어쩌면 밈이라는 개념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그 엄청난 여파로 인해 유전자 결정론을 유발한다는 점과 지독한 환원주의라는 비평을 온몸으로 받고는 있지만, 다윈의 적통으로서 도킨스는 자연선택과 진화라는 일반인에게 잘못 인식되어온 개념을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도킨스를 읽고 비관론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게놈의 저자 매트리들리가 저술한 `이타적 유전자(The origins of virtue)`를 읽을 것을 추천하며, 도킨스와 같은 진화생물학자이면서 도킨스의 환원주의를 비판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 (판다의 엄지, 다윈 이후)를 함께 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와 같은 식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진화학자들 간에서의 과학적 논쟁과정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케티쓰의 `사회생물학논쟁` 도 좋은 읽을 거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도킨스는 생명과학도로서 한번쯤 매혹당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과학자이지만, 다시금 극복해야 할 사상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