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과학혁명의구조 과학혁명의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 Thomas S. Kuhn -
과학자가 수행하는 작업은 무엇일까요? 대체 과학자란 집단이 나타내는 특징은 무엇이며 그들이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과학(Science)’이란 학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과학의 길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며 자연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만이 우리의 사명이지 우리들이 사회에 있어 어떤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과학에 매혹된 까닭은, 외부 환경에는 신경쓰지 않은 체 자연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자연에만 몰두하는 그 신비로움과 몰두에의 존경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과학자는 과학자이기 전에 사람이며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사회적 동물’입니다. 결국 과학자란 집단도 사회적 집단의 특징을 따르며 사회적 집단의 규범에…(생략)

가 수행할 작업의 특징을 탐색해 나가는 것이 과학 그 자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만, 과학 집단의 특성을 역사란 측면에서 고찰해보는 학문을 ‘과학사학(History of Science)’이라고 하며 이 학문의 성취물의 걸작 중 하나인 ‘과학 혁명의 구조’에 대해서 위와 같은 이유로 독후감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논의하는 것은 바로 과학의 발전입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란 과학자란 집단의 구성 양상, 시대적 상황, 실험 지식들의 축적 등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기에 이 책은 반드시 과학의 발전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만 사고를 해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과학을 정상 과학(Normal Science)라고 칭합니다. 이러한 정상 과학을 규정함에 있어 우리는 이 책의 핵심 개념인 패러다임(Paradigm)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패러다임이란 다음 두개의 특성을 가지는 과학적 업적,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을 말합니다. 첫번째는 그 업적의 탁월함이 경쟁 집단의 업적에 비해 뛰어나게 우수해야 하며 두번째는 그 업적을 따르는 구성원들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해 준다는 점입니다. 즉 하나의 기반적 이론적 토대가 되어 자연을 계속 탐구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인프라(Infra)가 패러다임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 패러다임을 통해서 자연을 해석하는 방법과 관점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정상 과학을 수행함에 있어 과학계 전반, 혹은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패러다임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에게 있어 고전 과학을 배워야 할 당위성은 이 패러다임으로부터 나오지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그 접근 방법이 여러 가지 방향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 기본적인 바탕은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고전 역학 문제를 풀 때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접근해도 결국에는 F=ma를 이용한 운동 방정식(the Equation of Motion)의 설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연구 또한 그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남과 의견 교환을 하고 남의 연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훈련(Training)받는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패러다임에 모순이 있어 패러다임을 고쳐야 할 위기(Crisis)가 생겼다 치더라도 그 패러다임을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패러다임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최우수 집단(the Best Group)의 멤버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에 과학 발전의 어떤 부분에 기여를 하더라도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선행(Preprocess)되어야만 합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때때로 위기에 처합니다. 이것은 수수께끼 풀이에 있어 패러다임이 더 이상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대두됩니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정상 과학의 수행중에 드러나기 마련인데 ‘실험 능력의 증가에 따른 관측 자료’가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 설명되지 않을 경우, ‘패러다임의 실험적 증명’이 패러다임의 예측과 빗나갈 경우 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기존 패러다임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을 통해 그 현상을 설명하려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의 시도는 성공, 혹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프롤레마이오스(Ptolemy)의 알마게스트(Almagest)에서 그들의 기본 가정인 ‘행성은 등속 원운동’을 지키기 위해 원운동 상의 수많은 원운동으로 행성의 역행 현상 등을 설명했던 것은 성공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뉴턴 역학에서 행성의 운동 등을 섭동(Perturbation) 등을 통해 설명하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그것들 자체의 모순에 의하여, 혹은 좀 더 확장되고 정교해진 관측에 의하여 갈등은 심화되고 결국에는 그 패러다임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이 책의 핵심 주제인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이 발발합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은 무너지고, 미궁에 빠진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패러다임은 시작부터 모든 것을 제공해주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혀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문제들에게,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줍니다. 즉, 혁명의 결과는 즉시 나타나지 않고 그것은 하나의 방향 제시일 따름입니다. 이러한 것은 파울리(Wolfgang Pauli)의 하이젠베르크(Heisenberg)의 행렬 역학(Matrix Mechanics)를 접하기 전과 후의 말과 비교해볼 때 매우 잘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우선 전에 보낸 편지는 이렇습니다. ‘At the moment physics is again terribly confused. In any case, it is too difficult for me, and I wish I had been a movie comedian or something of the sort and had never heard of physics ? 현재의 물리학은 또 지극히 혼란스러워. 어쨌든간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코미디언이나 뭐라도 되어서 다시는 물리학에 대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구.’ 이것은 5개월 후, 다음과 같이 희망찬 말로 변합니다. ‘Heisenberg’s type of mechanics has again given me hope and joy in life. To be sure it doest not supply the solution to the riddle, but I believe it is again possible to march forward ? 하이젠베르크 식의 역학은 나에게 다시금 희망과 기쁨을 줬어. 그것은 확실히 수수께끼를 해결하진 못하지만 다시 우리는 연구해나갈 수 있다구.’ 또한 그 이론이 예측하는 모든 것들은 실험 물리학자들에 의해 증명되고 밝혀져야 할 과제가 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며 다시금 연구해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며, 그 위치를 굳히고 결국엔 다시 정상 과학의 길을 밟게 됩니다.
다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과학의 발전이란 패러다임이란 측면에서 볼 때 결코 지식의 축적이 아니란 것입니다. 과학의 모든 작업은 실질적으로 수수께끼 해결이란 말을 했었습니다. 과학의 발전 정도란 결국 얼마나 많은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가 하는 것으로 결정될 수 있단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풀 수 있는가’라는 구절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실질적으로 어떠한 패러다임과 문제가 제시되었을 때 이 문제를 푸는 것에 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푸는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기능입니다. 예를 들자면 뉴턴의 역학을 이용한 행성 움직임의 해석에 있어 문제점은 우리가 뉴턴의 패러다임을 그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지 뉴턴의 패러다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하지만 고전 역학의 패러다임으로 흑체 복사(Black Body Radiation)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푸는 사람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 최종적으로 낼 수 있는 결론은 과학의 질적인 향상은 패러다임의 변화, 즉 과학 혁명을 통한 비약적 발전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질적인 향상은 결국 양적인 향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과학 혁명은 결코 하루 아침(In a day)에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수많은 실험적 사실(Experimantal Facts)과 이론가들에 의해 제시되는 내부 모순, 그러한 것들이 세월에 걸쳐 축적되고 결국에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부딪혀 자가당착에 빠져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동안 부분적으로 제시되어 온 수많은 해결책을 종합하는 형태로써 제시되는 것입니다.
저는 과학의 발전에 대해서, 또한 제가 과학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구체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과학의 발전 자체는 결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소원은 아인슈타인, 뉴턴이 되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싶다는 것일겁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유기적이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일종의 필연적 인과 관계에 의해 구성됩니다. 과학의 질적 향상 또한 과학의 양적 향상에 의존(Depends on)하며 거기서 모든 것을 제거하고 자신은 화려한 작업만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자만을 넘어서 과학에 대한 기만일 것입니다. 저는 분석적이고 역사가(Historian)의 책 답게 객관적인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겸허하게 노력하자고, 무엇인가를 바라지 말고 과학 그 자체에 몰두하자고 말입니다. 어찌보면 서론의 말과는 대조됩니다. 하지만 이 모순을 설명하는 다음의 말이 있습니다. ‘도에 입문할 당시에는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보이고 조금 수행의 결과가 쌓이면 산은 물로, 물은 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결국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따름이다.’ 과학자 집단의 집단적 특성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그 집단을 이루는 것은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자이다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저는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다음 명언으로 이 독후감을 끝마치고자 합니다. ‘결국은 어르신(the One)의 뜻을 알고자 할 따름이다. 나머지는 모두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