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양자 확률의 도깨비 2양자,확률의도깨비

신비한 소립자의 세계
- `양자, 확률의 도깨비`를 읽고-
나는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여, 틈만 나면 도서관을 기웃거리곤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양자` 에 관한 책이 눈에 띄었다. 내가 워낙 과학서적을 좋아해서 그런지, 내게는 그런 책밖에 눈에 띄질 않았다. 지겹지도 않으냐며 푸념을 늘어놓는 친구도 있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깨닫는 그 느낌이야말로 내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양자` 분야는 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 중의 하나다. 그래서 보는 순간 마음이 끌려 단숨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양자` 라는 개념은, 아주 오랜 옛날- 누구나 한 번 쯤은 품어본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질은 무엇일까? 그 크기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
어릴 적 나의 머릿속을 그렇게나 휘젓고 다니던 그 물음표가 `양자` 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현대 과…(생략)

한 오늘날, 내 호기심은 그나마 해결되었다. 그래서 나는 현대에 태어난 것이 기쁘다. 알고 싶은 것을 계속 모르면서 지내는 것. 나에게 있어 그것만큼 큰 고통은 없기 때문이다.
`양자, 확률의 도깨비` 는 과학 동아에서 만든 책이다. 과학 동아가 우리나라 제일의 과학 잡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볼 때마다 참신하고, 기발한 접근이 돋보인다. 시집을 못 사보더라도 과학 동아만큼은 반드시 사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양자, 확률의 도깨비`는 이런 과학 동아의 최대의 걸작품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원자와 같은 작은 세계를 소우주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이란, 이런 소우주의 세계를 여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지도와도 같은 것이다. 얼핏 듣기엔 매우 낯선 느낌을 주지만, 현재 우리생활에 양자론이 쓰이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양자론은, 원자보다 매우 작은 크기에서 우주전체에 이르기까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단지 양자론적 효과가 얼마나 눈에 띄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첨단 과학기술 중에서 과연 양자역학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것이 있을까? 나는 양자역학이 그저, 과학자들 사이에서만 연구되는 실용성 없는 학문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20세기 기술문명의 꽃인 반도체에서부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초전도체와 나노 과학…….
이 모든 것이 양자역학이 만들어낸 열매인 것이다. 특히 `반도체` 는 내가 이제까지 맛본 열매보다 더 상큼하게 느껴졌다. 반도체는 작게 만드는 게 생명이다. 그런데 지금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 배 이상 되는 아주 작은 반도체 물질이 발견됐다고 한다. 더구나 발견자가 서울대 물리학과의 임지순 교수라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껏 배워 온 과학교과서에, 한글이름 석 자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나` 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도 그런 뛰어난 과학자가 있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졌다.
임지순 교수가 발견한 물질구조는 `탄소나노튜브`이다. 현재 이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양자 컴퓨터` 의 개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컴퓨터 혁명을 몰고 오리라는 양자컴퓨터. 양자 컴퓨터의 원리는 간단하다. 디지털 데이터가 0과 1로 처리되듯, 양자의 스핀이 업 상태일 때는 1로, 다운 상태일 때는 0으로 인식된다. 이 업과 다운상태의 전환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의 처리가 현재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참 기발하면서, 엉뚱한 생각이기도 하다. 어떻게 저런 것을 생각해냈는지, 그의 직관과 탁월한 이론은 참으로 본받을 만했다.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늘 공상으로 끝이 나는 내 사이클을 생각한다면, 나는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면 현재의 슈퍼컴퓨터로 몇 백 년 동안 처리할 문제를, 단 몇 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이것이 게놈연구와 우주연구에 사용된다면……?`
아마도 생명과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밖에 초전도 현상을 밝힌 BCS 이론은 자기부상열차와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큰 주춧돌이 되었다. 또한 분자를 조립하는 나노 화학은 테라( 10 Gbit )급 정보매체 등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신비한 소립자의 세계……. 1천 조 분의 1밀리미터의 양자세계는 나에게, 어릴 적 피터 팬이 놀던 꿈만 같은 세계로 다가왔다. 상자 속에 넣어 둔 피자가 상자 벽을 뚫고 나오고, 움직이는 자동차들이 서로 합쳐져서 사라져 버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모두가 혼란에 빠져버리겠지만, 어쩌면 지금보다 더 멋진 생활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현실세계에서의 `불가능` 이 양자세계에서는 마치 꿈꾸듯 `가능`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자연의 신비로움에 놀라게 되었다.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물질세계였지만, 이제는 진정 마음으로 물질세계의 본연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그 와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뉴턴 같은 뛰어난 과학자도 `나는 드넓은 진리의 바다 옆에서 예쁜 조개를 줍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고 말했던 것일까?
빙하는 99%를 물 속에 숨기고 1% 만이 물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고 한다. 이제껏, 어줍지 않은 지식으로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했던 내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자연의 섭리로부터 좀 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물 속에 잠긴 그 빙하처럼, 아직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득하다. 앞으로 자연이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막연한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인간이지만, 그 미지와 물음표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과학의 발전이, 자연이 간직한 최소한의 신비만큼은 남겨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