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엔트로피 를 읽고

엔트로피 를 읽고
`제 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은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바뀔 수 있음을 천명한다. 즉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얻을 수 있는 형태로부터 얻을 수 없는 형태로, 질서가 있는 상태로부터 질서가 없는 상태로만 변할 수 있음을 말한다. 본질적으로 열역학 제 2법칙은 우주의 삼라만상은 질서가 있고 가치가 있는 상태로부터 무질서하고 가치가 없는 혼돈 상태로서 한 방향으로만 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우주의 어느 계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얼마나 변형되었는가에 대한 척도가 바로 엔트로피이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인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이다.
엔트로피 법칙. 왠지 모르게 딱딱하고 지루하고, 알고 있어 봤자 그저 문제를 푸는데 사용될 뿐이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쳐드는 것조차 거부했던 나에게, 이 책의 첫 페이지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제 1장 세계관…(생략)

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가 `엔트로피` 법칙이라는 틀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17세기 뉴턴주의의 `세계 기계라는 패러다임`의 영향력 아래 살아온 우리들에게는 생각의 테두리 밖의 것이었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과학의 발전과 역사의 흐름을 진보라는 보는 관념을 무너뜨리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니 그러하다. 모든 것을 `에너지`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과학기술의 발전은 엄청난 엔트로피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것이 결국 최대에 달했을 때, 지구는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저 보편적인 진리에 불과한 것인데, 왜 우리는 이와 반대되는 생각을 진리라고 믿어왔을까? 그것은 바로 이 책에서 얘기했듯이 우리는 우리 시대의 세계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관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어야 할 시간이 이제 우리 앞에 온 것이다. 그러나 과거 천동설을 뒤엎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자리잡기까지의 많은 시간이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엔트로피를 `환경오염`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이미 엔트로피의 증가가 적정수준을 넘어섰고, 이대로 방치해 두었다가는 곧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의 최대치에 이르러 자원의 고갈과 함께 지구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주어졌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에 반하여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엔트로피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예전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에게 다가온 `지동설`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하늘이 돌고 있다는 인간으로써 지극히 당연한 논리를 믿고 있었던 사람들이 우리 스스로가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받아들이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식 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르다. `세계기계`라는 뉴턴주의의 패러다임과 엔트로피는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두 패러다임의 끝은 역사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진보로 보느냐 멸망의 길로 보느냐의 정 반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지만, 이 둘의 시작은 단순한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고 생각한다. 이제 `에너지`의 측면에서 세상을 바라보자. 이것이 엔트로피라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될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왜 이렇게 바꾸어야 할까? 단순히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하게 되니까? 그것보다도 기계론적 패러다임은 `잘못된` 논리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논거를 이 책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기계적 세계관은 자연계의 현상을 이해함에 있어 운동하는 물질만을 다룬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보다는 기계를 위해서 만들어진 세계관이다. 양으로부터 생명의 모든 질을 분리시켜 제거함으로써, 기계적 패러다임의 제작자들은 전무가 죽은 물질로 구성되는 차갑고 무감각한 우주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모순된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 바꾸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또 하나의 의문점에 부딪치게 되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결국, 엔트로피는 꾸준히 증가할 뿐이니까, 최대치가 되면 지구는 멸망할 것인데...이 해답으로써 이 책에서는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인간은 세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보존하고, 생성 과정을 지배하는 자연의 리듬을 최대한 존중함으로써, 앞서 간 모든 생명과 뒤이어 올 모든 생명에 대한 우리의 궁극적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사랑이란 생성 과정인 우주의 리듬을 깨닫고 합일체가 되는 느낌을 전해주는 부드럽고 미 묘한 힘이다. 그 뒤에 드리워진 신비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도, 사랑은 우주에서 물리적인 체류를 하게 하는 어떤 기본계획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사랑이란 그 우주적 과정이 궁극적으로 선한 것이라는 믿음의 표현이기도 하고, 동시에 모 든 물리적 실재를 이끌어 가는 자연적인 리듬의 흐름에 전적으로 무조건 굴복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한 사랑은 즐거운 경험이다. 사랑은 생성 과정을 급히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저지하지도 않는다. 그 순수한 형체로서 사랑은 존경받고지지 받아야 할 우주적 리듬이 구현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엔트로피`라는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은 끝이 난 것 같다. 이 새로운 과학 법칙에 따라 사는 것이 결국 모든 생명에 대한 우리의 궁극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마지막 결론이 참 마음에 든다. 이 모든 세상의 혼란스러움은 우리의 그 어떤 원리와 법칙에 따라서가 아니라 우리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 과학적이다는 말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논리이지만, 어느 과학적 근거로부터 나온 주장보다도 힘이 있는 말인 것 같다.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같은 나의 생각을 바꾸어준 `엔트로피`라는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이만 끝맺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