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원리가 보인다 생물편 을 읽고 원리가 보인다

‘원리가 보인다 -생물편-’을 읽고...
얼마 전에 참고서 몇 권을 사려고 근처 서점에 들렸을 때다.
필요한 책 몇 권을 고르고 시간 여유가 있어 정연하게 진열된 서적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흥미가 가는 것을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구석에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책들이 모아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원리가 보인다’라는 소박하고도 단순한 제목을 달고 있어 미소를 짓게 했다. 그렇지만 책을 사지는 않고 그냥 서점을 나왔다.
시험이 끝나고 시립 도서관에 갔다. 쭉 책을 훑어보던 내 눈에 낯익은 책이 보였다. 바로 서점에서 보았던 그 책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그 책을 꺼내 들고 습과 대로 책을 훑었다.
그 책은 짧은 만남 동안에 별 기대 없던 내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우선 친밀감을 느낀 부분은 과학 교과서와 같은 순서로 집필된 점이었다. 구성도 나무랄 데 없이 깔끔했고 재미있는 예를 들어 자연…(생략)

나라의 남아 선호사상의 폐단을 제시하여 읽는 이의 공감을 얻어냈다. 생각이 진지해질 무렵 생물에게 있는 근친 교배를 억제하는 기능을 들며 자연스레 다른 형질의 유전자와 교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수월하게 열성유전과 우성유전의 이치를 깨달았다.
유전과 관련하여 내 경우를 이야기해 보자면, 나는 새끼손가락이 유난히 짧은 편이다. 우리 가족 중에서는 삼촌이 그러시다. 좀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지냈던 중에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던 적이 있어 찾은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말해 주셨던 게 기억이 났다. 다른 손가락에 비해 짧은 새끼 손가락의 성장판이어도 검지 같은 손가락이었으면 미관상 좋지 않으니 치료해야 하지만 새끼손가락이라 큰 상관은 없어 안심했었다. 우리 친족들이 모두 털이 많은 것도 손톱이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인 것도 전부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이었다. 새삼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친족들과의 관계가 끈끈하게 가깝게 느껴졌다.
인공장기 부분도 흥미로웠다 SF만화나 소설에서나 보던 사이보그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약간 놀랐다. 사이보그는 인간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기계의 도움으로 극복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넓은 범위의 사이보그에는 신장을 이식 받은 사람들이나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한 사람들까지도 사이보그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렇게 본다면 나도 첨단 수준의 사이보그인 셈이다. 렌즈로 미약한 시력을 보충하고 있고 매일 전화나 채팅으로 멀리 떨어져진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텔레비전으로 유흥을 즐기고 장거리 이동시엔 자동차의 도움을 받아 단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말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평생 인공시각도 장착할 예정이다.
‘원리가 보인다’는 과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떨쳐 버리고 내가 조금 더 과학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일상 생활의 작은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과학적 원리와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는 적용력도 성장시켜 주었다. 자세한 설명에 비해 실험과정, 결과가 정리된 도표, 그래프 등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이 책의 구성이 교과서 구성과 같았던 것을 이용해서 학습에 효율성을 더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단편적인 지식만을 암기하는 합슥방법을 고수해 왔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모두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얻게 된 것들이었다.
앞으로 소중한 깨달음들을 헛되이 잊어버리지 않고 과학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과학을 다룬 책들을 더욱 많이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