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통섭을 읽고나서 과학독후감 통섭

통섭-지식의 대통합(저자 : 에드워드 윌슨)
1장 `이오니아의 마법`은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Gerald Holton)에 의해 처음 사용된 표현으로, 통합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을 뜻한다.
즉 세계는 질서 정연하며 몇몇 자연법칙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원전 6세기에 이오니아에 살았던 탈레스로부터 시작해, 현대 물리학에서의 자연의 모든 힘(악력, 강력, 전자기력, 중력)을 통합해 보려는 시도 등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이론들에도 이러한 통합이라는 개념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오니아의 마법은 일종의 `해방된 종교적 믿음`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해방시킴으로써 영혼을 구하고자 한다. 수많은 시험들을 견뎌낸 탄탄한 근거의 뒷받침을 통해 충분하게 통일된 어떤 지식을 가진다면 우리가 누구이며 왜 여기에 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생략)

인간 본유의 충동을 만족시켜 주어 학문의 커다란 가지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 만큼 지식의 다양성과 깊이는 심화될 것이다.
계몽사상은 서양 근대 지성의 전통과 서구 문화 대부분의 출발점이 되었고, 과학은 계몽 운동의 엔진 역할을 하였다.
계몽사상의 본질적 속성은 지성, 정직, 명석함, 용기, 그리고 진리에 대한 사심 없는 사랑이었지만, 많은 경우에 타당했던 지성적 반대 의견이 대두하면서 쇠퇴하게 되었다.
즉, 인간 동기의 근원은 계몽사상의 본래 정신인 자신감, 낙천주의, 넓은 전망만으로는 부족한, 즉 미로와 같이 얽혀 있다는 것 때문이란 것이다. 그리고 계몽사상 자체가 하나의 문화와 하나의 과학을 갖는 `완전한` 사회라는 위험한 발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서양 과학이 앞서 나갔던 이유는 환원주의와 물리 법칙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넘어서는 시공간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우주의 실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낯선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거대한 가지들은 17세기와 18세기에 생성된 통일된 계몽사상의 비전에서부터 나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으로 갈라져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1800년대 초반 이런 이미지는 퇴색하여 이성은 무시되고 지식인들은 과학의 지도력에 대한 신념을 잃었으며 지식의 통합에 대한 전망은 급속히 가라앉았다.
낭만주의에서 모더니즘에 이르는 열광적인 자기실현은 철학적 포스트모더니즘을 불러왔는데, 포스트모더니즘과 계몽주의는 완벽한 상극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학 비평 기법인 해체주의에서 명확히 표현된다. 작가들이 의미하는 바는 각자 고유한 것이고 그 기저에는 모종의 전제들이 있다. 따라서 작가의 진정한 의도뿐만 아니라 객관적 실제와 연관된 그 무엇도 신빙성을 획득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자연과학자들은 인간 정신세계에 대한 탐구를 포기하고, 학문 분야들은 더 세밀하게 쪼개져 발전해 갔다. 즉, 전문분야만 알고 재빨리 결과를 낼 수 있는 실용적인 작업만 하지, 큰 그림은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질서에 맞닥뜨려 무질서를 만들어 계몽사상이라는 질서 장조 행위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현대 학문의 주류에 포함되었는데, 저자는 질서의 승리를 믿지만 `반대 세력`의 존재가 지식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높게 사며 포스트모더니즘을 인정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계몽 사상가들의 믿음은 그 성취를 제 아무리 낮게 평가한다 해도 정당화 된다. 오늘날의 인간성을 구분하는 가장 커다란 차이는 과학 문화와 과학 이전 문화 사이의 간극이다. 과학은 철학도 아니고 하나의 신념 체계도 아니며 실제 세계를 탐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밝혀낸 생명의 다양성을 통해 인간 오감의 무기력함을 일깨우고 자연 선택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도 보여 준다.
과학이론은 이전에 짐작도 못했던 현상들의 존재를 예측하기 위해서 아무도 말을 들여 놓은 적이 없는 곳을 찾아간다. 이론은 가설을 만들어낸다. 가설은 탐구되지 않은 주제에 대한 추측이다. 가장 좋은 이론은 가장 생산적인 가설을 생성해 낸다. 그리고 이 가설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명료하게 번역된다.
과학 혁명을 이끈 인간의 세 가지 조건으로 창조성과 호기심, 우주의 본질적 속성들을 추상화하는 능력, 수학이 자연과학에 놀랍도록 효과적인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을 정확하게 한 번 더 정의내리고 있는데 `과학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모아서 그 지식을 시험 가능한 법칙과 원리로 응축하는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탐구`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분류 기준으로 반복 가능성, 경제성, 측정, 발견 기법, 통섭을 들 수 있다. 천문학, 생의학, 그리고 생리심리학은 이 기준을 충족하고, 점성술, UFO학, 창조 과학, 크리스천 사이언스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않는데 환원주의는 다른 방도로는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복잡한 체계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채용된 탐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에 힘입어 우리는 물리 세계에 대해 지난 세대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포괄적인 이론을 갖게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자연과학은 그 영역을 꾸준히 넓혀 드디어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만나게 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에 대한 이야기처럼 생물학은 과학 분야이면서도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뇌를 연구하여 모든 인문 분야, 예술, 스포츠 현상 등을 규명하고 과학 분야들과 통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섭`의 중심 학문이 될 만하다. 하지만 생물학이 다루는 인간 뇌, 정신, 생태계는 인간이 현재 탐구하고 있는 대상 중 가장 복잡한 것들이라서 쉽진 않을 것이다.
지식의 통일성에 대한 믿음은 궁극적으로 모든 정신 과정이 물리적 기초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이 자연과학에 잘 부합한다는 가설에 근거해있다.
마음은 우리가 알고 있으며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창조된 장소로, 인간의 뇌는 지금까지 알려진 우주 속의 다른 어떤 사물보다도 복잡하다. 왜냐하면 `뇌`는, 복잡성과 개체와 사회에 관한 통제력이 적어도 생물종들 중 몇몇 계통들에서 점점 증가해 온 `진화적 진보`의 산물로서의 최종판이기 때문이다.
뇌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지만 그래도 기술의 지속적 발전에 힘입어 꽤 진행된 편이다. 그리고 현재는 인간의 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에 대한 탐구도 진행 중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인간 마음의 비밀을 밝혀내고 `인간다운` 인공 지능을 만들게 되리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인간의 마음으로 들어가거나 마음을 통해 나오는 정보 입력의 엄청난 복잡성으로 인해, 기계에게 인공 감정을 심는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문제와 인류의 고유한 유전적 역사 때문에 생겨난 진화론적 난관이 이에 해당된다.
인공 마음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고유함까지 흉내내기위해 미묘한 감정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그리고 운동 감각을 지니고, 사회성을 지녀야 하며, 이러한 기억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의 궁극적 목표인 예측적 종합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고 생물학의 경우 특히 더 심하다. 학문의 커다란 가지들을 통합하고 문화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과학문화와 인문학 문화 간의 경계를 국경으로 보지 않고 양쪽의 협동 작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미개척지로 보는 방법뿐이다.
과학적 문화의 사람들과 인문학적 문화의 사람들은 서로를 다른 세상 사람으로 봐 왔다. 인문학적 문화의 지도자들인 대중 지식인들과 대중 매체의 전문가들은 인간 본성에 관한 논의를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겨 왔으며 자연 과학과 사회 행동이나 정체성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거의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인문학과 과학의 연결을 위한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문제점은, 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 그리고 인문학자가 똑같은 대상을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므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유전자와 문화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분리한 채 이해하려 한다면 부질없는 짓이 된다. 인간 진화의 실재성을 인식하면서 이 둘을 함께 묶어 이해해야 한다.
인간 본성은 후성 규칙들, 즉 문화의 진화를 한쪽으로 편향시켜 유전자와 문화를 연결해 주는 정신 발달의 유전적 규칙성이다.
인간의 행동을 평가할 때 행동 유전자를 고려하는 일은 현명한 선택처럼 보인다. 사회생물학은 인간 본성의 생물학적 이해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인간사회생물학은 지난 25년 동안 영향력이 커졌으며 기술적으로도 복잡한 분야가 되었는데, 이 분야의 기본적인 지화 원리들은 몇 가지 기본 범주로 환원될 수 있다.
첫 번째로 혈연 선택은 유전자가 그 자신을 운반하는 개체에 미치는 효과와 그 유전자로 인해 그 개체의 모든 유전적 친족에 미치는 효과를 더한 것에 기초하여 자연선택이 그 유전자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로 양육투자는 부모가 어떤 자식에게 투자할 여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자식에게 투자함으로써 그 자식의 적응도를 높이는 행위를 뜻한다.
세 번째로 짝짓기전략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적 활동에 있어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임신과 수유 등을 비롯하여 기본적으로 더 많은 양육투자를 하는 쪽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지위는 복잡한 모든 포유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간 사회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섯 번째는 계약적 합의로 이는 마치 주변의 공기와도 같이 인간의 사회 행동에 넓게 퍼져 있어서 나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별한 주의를 끌지 못한다.
의학과 사회과학 두 영역 간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통섭이다. 의학은 통섭을 행하고 있지만 사회과학은 그렇지 않다. 의학자들은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의 정합적 토대를 믿고 건강과 질병의 요소들을 생물학, 물리학, 화학의 수준까지 내려가서 연구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학은 인류학보다 자연과학에서 더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사회학은 사회학자 자신이 속해 있는 복잡한 사회에 관한 일종의 인류학적 탐구인 반면 인류학은 인류학자 자신이 속해있지 않는 좀 더 단순하고 동떨어진 사회에 대한 일종의 사회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
통섭을 향한 첫 걸음은 사회과학이 서술적, 분석적으로 진행될 때 진정한 과학이겠지만 사회 이론은 아직 진정한 이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다.
사회과학적 탐구 중에서 자연과학과의 간격을 메울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으며 형식과 자기 확신 측면에서 자연과학을 가장 닮은 학문 분과는 경제학이다.
과학에서 깔끔한 정의와 놀라운 예측보다 더 도발적인 것은 없으며 그런 예측이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는 없다. 이런 목표를 위해 과학자들은 검약성, 일반성, 통섭, 예측성의 네 가지 덕목을 추구한다.
통섭적 설명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도전은 뭐니 뭐니 해도 과학에서 예술로의 이행을 설명해 보라는 요구일 것이다. 여기서 예술은 창조적 예술들, 즉 문학, 시각 예술, 드라마, 음악, 무용 등의 개인적 작품을 지칭한다.
예술은 때로 모든 인문학을 총칭하기도 한다.
예술과 비평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힘인 아폴론적 충동과 디오니소스적 충동의 대립, 즉 차가운 이성과 열정적 방종의 대립이 과연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라고 하는 물음에 저자는 이것은 경험적 문제일 것이고 그 대답은 선천적 인간 본성의 존재 유무에 달려있다고 하고 있다.
예술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실재 세계에서 출발하여 가능한 모든 세계들에 다다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세계들에 도달한다. 또한 예술가와 작가는 오직 직관만으로 또는 공식에 쉽사리 따르지 않는 감수성으로 정서적, 심미적 반응을 환기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예술은 일상적 존재의 외양적 혼돈 상태로부터 질서와 의미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비한 것을 향한 우리의 갈망에 자양분을 준다.
윤리의 기원에 대한 수세기 동안의 논쟁은 정의나 인간의 권리와 같은 윤리적 격률들이 인간의 경험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 낸 창안물인가? 하는 쟁점들로 귀착된다. 경험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윤리는 사회 전체를 통해 한 가지 코드의 원리들로 표현되기에 충분할 만큼 일관적으로 선호되는 행위를 일컫는다.
초월론과 경험론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 영혼의 존재 유무를 두고 벌어졌던 투쟁의 21세기 버전이 될 것이다. 그 투쟁의 결과는 도덕 논증이 오늘날처럼 신학과 철학의 관용구속에만 남아 있게 되거나 아니면 과학에 기반을 둔 분석으로 바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윤리철학을 과학과 손잡게 만드는 논리가 종교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종교는 초유기체에 비유된다. 종교적 충동의 막강한 영향력은 한갓 도덕의 정당화보다 훨씬 대단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 흐르는 큰 강줄기로서 폭넓게 퍼져 흐르는 감정의 지류들로부터 힘을 모아들인다.
지난 몇 세기 동안 통섭은 자연과학의 모유였다. 현재는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이 이런 방법론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실 이 두 분과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잇는 교량 역학을 가장 잘하고 있다.
통섭 세계관의 핵심은 모든 현상들이 비록 길게 비비 꼬인 연쇄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리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학의 산물은 대게 별 볼일 없는 것들로 의학적 혁신과 스릴 넘치는 우주 탐험은 드물게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과학 자체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소유한 지식이며 우리 종이 가진 지식 창고의 핵심으로, 우리가 물질세계에 합당하게 아는 확실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통합된 지식체계는 아직 탐구되지 못한 실재 영역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며,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인류가 통합된 지식체계에서 나오는 자신의 힘을 적절히 사용하여 유전적 본성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정말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쉽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모든 학문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인간 본성을 밝혀내고자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모든 학문 통합을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며, 분과를 구분하는 원시적인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조건을 이해하는 방법은 자연과학에서 기초하고, 자연과학은 근래에 사회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로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새로웠고, 서로 다른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일관된 통섭의 시대로 나아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