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인터뷰>
‘엄석대와의 인터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2004년 7월, 나는 한 반의 반장으로서 선생님의 신임도 얻었지만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 엄석대라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엄석대는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며 우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대화를 통해 엄석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엄석대 군의 생애는 정말 파란만장했다고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처음에 한병태라는 아이가 전학을 왔을 때 어땠습니까?
석대 : 맨 처음에 병태가 전학을 왔을 때에는 뭐 이런 애가 있나 싶었습니다. 저를 거의 왕으로 모시다시피 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본받을까봐 걱정도 되었지만 오히려 병태가 우리 반 애들을 쑤시고 다녀서 애들에게서 약간 소외를 받았고, 물 떠오는 것을 안 한 후로는 내 말 한 마디에 왕따를 당했습니다.…(생략)

와 다른 우등생들과 함께 간 미포의 부서진 공장 건물에서는 왜 다른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바치게 하거나 다른 일을 시켰는데 왜 한병태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았나요?
석대 : 음.. 그 때 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하에게 무슨 낌새를 들었었죠. 그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 완전한 측근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병태가 담임선생님한테 말한다면 정말로 그것만큼은 못 넘길 것 같았거든요. 어쨌든 병태에게 순전히 호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 그런데 왜 우등생 아이들의 머리를 빌려서 전교 1등을 하고 싶었었나요?
석대 : 전교 1등은 안해본 사람은 아마 모를 겁니다. 전교 1등을 하면 제 기분 뿐만 아니라 모든 게 좋아지거든요.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저질렀으니 그건 정말 저의 큰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교 1등으로 약 2년동안 살아왔는데 제가 만약 전교 100등 정도로 떨어지면 창피해서 학교를 어떻게 다니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아이들의 답지를 바꿔서 1등을 하게 되었죠.
기자 : 그렇군요. 그렇다면 새로 오신 담임선생님에게 걸렸을 때는 어땠습니까?
석대 : 그때는 정말 분통터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 잘못이었으니 떠나야 했죠.
기자 : 그렇다면 그렇게 떠나고 나서 몇 십 년이 흐른 후, 경찰에게 잡혔을 때와 담임선생님에게 걸렸을 때의 기분은 비슷하던가요?
석대 :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때까지 떵떵거리면서 살았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더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기자 : 그렇습니까. 그럼 이만 가볼까 합니다.
석대 :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엄석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석대의 독재가 언제까지 계속된다고 해서, 자유와 합리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여준 엄석대는 자신의 옛 일을 회상하며 멀어져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