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꽃들에게 희망을 연극 대본 꽃들에게희망을

- 꽃들에게 희망을 -
# 등장인물 : 줄무늬(애벌레→나비), 노랑(애벌레→나비), 늙은애벌레, 애벌레(1~5)
햇빛이 애벌레 알을 비춘다. 한 애벌레가 깨어난다.
줄무늬 : (기지개를 켜면서) 아, 햇빛 가득한 이세상은 정말 눈부신걸...
아, 배고파라.
줄무늬 애벌레는 잎을 갉아먹는다, 이 잎, 저 잎 갉아먹으면서 점점 커진다.
줄무늬 : (먹는 것을 그만 두고) 그래, 매일 먹는 것보다 값진 삶이 있을 거야. 이건 너무 따분하단 말야.
줄무늬 애벌레는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러다가 애벌레1을 만난다.
줄무늬 : 오, 저것은 나와 같은 애벌레가 아닌가? (다시 애벌레를 보며) 아니, 너도 먹기만 하는구나.
━━━━━━━━━━━━━━━━━━━━━━━━━━━━━━━━━━━━━━━━━━━━━━━━━━━━━━━━━━━━━━━━━━━━━━━━━━━━━━━━━━━━━━━━…(생략)

다.

줄무늬 : 그래, 내가 할 일은 바로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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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애벌레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서로가 서로를 밀치고 짓밟는다.

줄무늬 : (생각) 다른 애들은 다 장애물이 뿐이라고, 난 올라가야 해.

옆에서 들리는 소리 : 저 위엔 뭐가 있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그러다가 줄무늬는 냅다 소리를 지른다.

줄무늬 : 나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시간도 없단 말이야!

그 때, 발 밑에 깔린 노랑 애벌레가

노랑 : (숨을 헐떡이며) 너 뭐라고 했니?

줄무늬 : (중얼거리며) 그냥 한 소리야. 지금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말야.

노랑 : 있잖아.... 실은 나도 그걸 알고 싶지만 그걸 알아낼 뾰족한 수가 없으니까
그냥 몰라도 되는 걸로 생각하기로 했어.
(조금 뒤, 고개를 두어 번 젓고 나서) 아무도 그런거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그런 걸 보면 저 꼭대기가 좋은 곳이긴 좋은 곳 인가 봐. 얼마나 더 가야할까?

줄무늬 : (진지하게) 우린 지금 꼭대기도 아니고 바닥도 아니니 아마 중간일 거야.

노랑 : 아, 그렇구나.

그들은 다시 기어오른다. 그러다가..

줄무늬 : 또 노랑 여자 애를 어떻게 밟고 올라가지?

조금 뒤, 그들은 다시 만난다.

줄무늬 : 자, 올라갈 수 있는 건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라구.

줄무늬는 노랑을 밟고 올라선다. 노랑은 그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줄무늬 : (생각) 저 위에 뭐가 있든 내가 이런 짓까지는 할 필요 없잖아.
(다시 노랑에게로 내려와서는 노랑의 귓가에 말한다) 미안..

노랑 : (울음보를 터뜨린다.) 널 만나기 전까지는 난 이런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지만,
널 만난 후로 나는 올라가겠다는 마음이 사라져버렸어. 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의 그 따스한 눈빛을 보고 나는 이게 참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
너와 손잡고 함께 풀을 뜯어먹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구.

줄무늬 : 나두.

줄무늬 : 애야. 우리 조금만 더 올라가면 꼭대기에 닿을 수 있어.
우리가 서로 도우면 쉽게 올라 갈 수 있을 거야

노랑 : 그럴지도 몰라... 그치만 줄무늬 애벌레야. 우리 그냥 내려가자.

줄무늬 : 그래.

둘은 서로 꼭 부둥켜안고 내려온다. 바닥에 도착한다.

노량 : 줄무늬 애벌레야.

줄무늬 : 노랑 애벌레야.

둘은 풀밭에서 서로 즐긴다. 잠(낮잠)이 들기 전 줄무늬는 노랑을 껴안는다. 줄무늬는 풀밭에 누워 잠이 들고, 노랑애벌레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지금부터는 줄무늬의 꿈.

줄무늬 : 아까 그 녀석들 틈에 끼어 마구 짓밟히다가 이렇게 함께 있으니 천국 같아.

노랑 : 정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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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줄무늬 : (안절부절못하며) 이런 거 말고 분명 더 나은 삶이 있을 거야.

그를 보고 노랑은 다가간다.

노랑 : 끔찍했던 옛날에 비하면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봐.

줄무늬 : 하지만 맨 꼭대기에 뭐가 있는지 모르잖아. 어쩌면 우린 잘못 내려온 건지 몰라.
지금까지 우린 여기서 푹 쉬었으니까 기운을 내면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을 거야.

노랑 : 줄무늬 애벌레야, 제발.

얼마 후.. 그는 다시 그 기둥 가까이에 간다. 그 때 애벌레 세 마리가 연달아 떨어진다.
한 마리(애벌레3)는 여전히 꿈틀댄다.

줄무늬 : 무슨 일이야? 도와줄까?

애벌레3 : 저 꼭대기는……나비만이……볼 수…

집으로 돌아온 줄무늬는 노랑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줄무늬 : 그게 뭔지 밝혀내겠어. 꼭대기의 비밀을...(부드럽게) 나랑 같이 가자.

노랑 : 난 가지 않을래.

줄무늬 혼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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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실로 돌아옴.

노랑 : 나도 뭐가 하고 싶어. 내가 뭘 하고 싶은 거지?

어느 날 노랑은 나무 위에서 한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본다. 노랑은 의아해서 쳐다본다.

노랑 : 아저씨, 거기서 뭘 하시는 거예요?

늙은애벌레 : 나비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 한단다.

노랑 : (깜짝 놀라며) 나비? 나비라구요? (곰곰히 생각하다가) 제발 말씀해 주세요. 나비가 무엇인가요?

늙은애벌레 : 그것은 네가 되어야 할 바로 그것이야. 그것은 아름다운 두 날개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연결시켜주지. 그것은 꽃에 있는 달콤한 이슬만을 마시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준단다. 나비가 없으면 세상에는 꽃들이 곧 사라지고 말거야.

노랑 : 그럴 리가 없어요.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단지 솜투성이의 한 마리 벌레뿐인데, 나의 몸속에, 그리고 아저씨의 몸 속에 한 마리의 나비가 들어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늙은애벌레 : 노랑애벌레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다.

노랑 : (생각하는 노랑애벌레) 그럼.. 어떻게 해야 나비가 되는 건가요?

늙은애벌레 : 애벌레이기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만큼 날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 가능한 일이란다.

노랑 : 목숨을 버리라는 말씀인가요?

늙은애벌레 :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단다. 너의 겉모습은 죽어 없어질 것이지만, 너의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란다.

노랑 : (머뭇거리며) 저......만일 제가 나비가 되고 싶어한다면...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늙은애벌레 : 나를 잘 봐. 난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는 중이지. 이건 단지 숨어 있기 위한 도피처가 아닌 참모습을 찾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일 뿐이지. 이곳을 한번 거쳐 가면 가면 다시는 애벌레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큰 변화를 겪는 곳이란다. 살짝 엿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보이겠지만 나비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 다만 아주 천천히...

노랑 : 많이..걸리나요?

늙은애벌레 : 글쎄..(잠시 생각)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지. 일단 네가 한 마리 나비가 되면, 참된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그런 사랑 말이야. 애벌레들이 할 수 있는 사랑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 훌륭한 것이지.

노랑 : (슬픈 목소리로) 제가 사랑하는 줄무늬 애벌레가 아직 애벌레 기둥 속에 있어요. 그와 함께 나비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기둥 속으로 너무나 깊숙이 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흑흑..(아주 서럽게)

늙은애벌레 : 슬퍼하지 마. 네가 나비가 되면 날아다닐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줄무늬애벌레에게 나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어. 그러면 그 또한 나비가 되고 싶어 할 거야.

노랑 : 줄무늬 애벌레가 돌아와서 내가 없어진걸 알면 어떡하죠?
그가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요?
그가 그냥 애벌레로 있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죠?

늙은애벌레 : 애벌레면 어때? 그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기어 다닐 수도 있고 풀을 뜯어먹을 수도 있고. 그리고 사랑을 할 수도 있어.

노랑은 번데기를 한참 바라본다.

노랑 : 그래. 결심했어! 늙은애벌레님, 나도 나비가 될 거예요.

늙은애벌레 : 잘 생각했어. (마지막 실을 뽑으며) 이게 마지막 실이야. 때가 왔어. 너도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을거야. 우리 모두 나비가 된 너를 기다릴게.

노랑은 늙은애벌레 바로 옆에 붙어 자신의 고치를 짜기 시작한다.

노랑 : 난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 이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야. 나의 내부에 고치를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나비가 될 기본적인 자질도 있을거야.(흐뭇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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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줄무늬 애벌레는 마음을 아주 단단히 벼르고 올라가고 있다. 다른 애벌레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독종이 되었다.

줄무늬 : 성공하지 못하는 건 다 자기 탓인 거야. 인생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라구.
마음을 단단히 먹는 수밖에 없단 말이야.

그러다가 그는 거의 꼭대기에 다다른다. 어느 날 위쪽의 애벌레4가 말한다.

애벌레4 : 저 위에 있는 놈들을 해치워야 우리가 높이 올라갈 수 있겠는데?

그리고 옆으로 몇 마리의 애벌레들이 떨어진다. 그리고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

애벌레4 : 아무 것도 없잖아. 저쪽을 봐. 저기에도 기둥이 있잖아. 저기에도 있고…….
사방팔방 없는 데가 없잖아!

줄무늬 : 내가 올라온 기둥이... 수없이 많은 기둥들 중 하나라니.
저렇게 수많은 애벌레들이 헛수고를 하고 있다니! 분명 뭐가 잘못 된 거야.
노랑 애벌레야! 넌 알고 있었지. 그렇지? 기다리는 것이 용기였지?
네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 이제라도 내려갈 수 있어.

그 때, 노랑나비(전에 노랑 애벌레)가 날아온다. 줄무늬는 노랑나비의 슬픈 눈빛을 본다.

줄무늬 : 그럼 저 나비가…….

줄무늬는 기둥 아래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줄무늬 : 내가 저 위에 올라갔었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

애벌레5 : (줄무늬에게) 네가 못 올라가니까 괜히 그러는 거지? 그런 말 마.

줄무늬 : 우리도 날 수 있다구! 우리도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이야!
저 위엔 아무 것도 없어, 이건 다 부질 없는 짓이라고!

애벌레5 : 네가 뭔데 함부로 그런 말을 내뱉는 거니? 우리가 어떻게 날 수 있니?

그리고 줄무늬는 계속 내려간다.

줄무늬 : 난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나비를 봤어. 우리에게는 보다 나은 삶이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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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는 옛집(노랑애벌레와의)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깨어난다. 자신 앞의 노랑나비를 본다.

줄무늬 :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가 꿈을 꾸었던 거잖아?

줄무늬 :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나비를 보고) 따라 오라는 건가?

줄무늬는 나비를 따라간다.
노랑나비는 자신의 고치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나비는 줄무늬에게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고 한다.

줄무늬 : 그래, 바로 이거야.

줄무늬는 그 고치 옆으로 가서 또 하나의 고치를 만든다.
그리고 노랑나비는 그 옆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두 나비는 멀리 훨훨 날아가 버린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