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살믄 무슨재민겨 읽고 혼자만 잘살믄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애초에 정해진 만남이었을지도 모른다. 독후감을 쓸 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두꺼워 보이지도 않은 이 책을 발견하고서는 행운이라고 마냥 좋아했다. 그리고 막상 이 책을 손에 집어들었을 때만 해도 방송을 통해 최근에 들어서 유명해진 책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내가 여기서 어떤 감동(感動)을 받을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표지에 나와있는 무미건조해 보이는 흑백사진 속의 할아버지를 처음 보았을 때 난, 그저 시큰둥한 반응으로 웬 노인네의 삶에 대한 지루한 자기주장 같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별 기대도 하지 않고 버스 안에서 앞부분의 신경림이라는 시인이 쓴 글을 읽어보았다. 본문보다 작은 글씨로 촘촘하게 써져있는 그의 글. 할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든지, 저자의 평소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이 주였다. 시인…(생략)

준다는 이 저자는 농사를 창조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사람과 동물은 소비하기만 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식물뿐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농사에 필요한 일 하나 하나에서도 무언가의 뜻을 찾아낸다. 이것은 억지로 가져다 만든 생각이 아닌, 진실로 땀 뻘뻘 흘려 일을 하며 알아낸 주옥(珠玉)같은 깨달음이다. 이 책은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찬찬히 읽어보면 그런 사실들을 알 수 있다. 봄에 씨를 뿌릴 때, 소에 쟁기를 매어 밭을 갈 때, 풀을 뽑을 때 등 거기에는 삶의 진리가 숨겨져 있었다.
이 중에서 하나만 이야기를 뽑아보라고 해도 못할 것 같다. 모든 것이 너무나 공감이 가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뿐이니까. 수유를 심을 때도 돈도 되지 않는 것을 심는다고 주위에서 얘기들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은 첫부분으로 미루어 알고 있지만서도 뒷부분을 읽으면서 좀더 잘 이해가 되었다. 큰 나무를 옮겨 심는 사람과 씨를 뿌리는 사람. 큰 나무는 옮겨 심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요즘의 논의들이 가슴에 씨를 뿌리기 보다는 큰 나무를 짊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짊어지고 다니느라 사람은 지친다. 이것을 읽고 나는 종교와 여러 단체에서 외치는 신념들이 떠올랐다. 현대의 여러 종교들이 너무 큰 이론으로 사람들을 뭉치려 할 뿐, 진정 사람사이에서 씨로 뿌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씨가 땅에 묻혀 싹을 틔우듯, 사람의 인격과 삶의 일부도 딴 사람에게 묻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 또한 내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었다. 내 주변의 나와 연관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묻혀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평소에 자신을 한심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손끝이 저릴정도로 기쁘고도 감동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문장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것에 대해 후회가 들지 않았다. 또 다른 내용이라 하면은 이 책에서는 노신에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