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나서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소설가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인 허 생원과 그의 동업자 조 선달,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달빛이 내리는 밤에 대화장까지 길을 걸어가며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무더운 여름날, 허 생원은 벌려 놓았던 장을 걷고 물건을 거두었다. 원래 여름장이란 것이 해는 중천에 떠 있어도 장바닥이 쓸쓸하고,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벌써 전을 다 걷고 대화장에 떠날 참이면, 으레 술집에서는 싸움이 벌어진다.
허 생원은 이미 충줏집을 생각만 하여도 얼굴이 붉어지고 발 밑이 떨린다. 그런 허 생원을 동업자인 조 선달이 모를 리 없었다. 충줏집 문을 들어서자 마루에 앉아있는 동이가 보인다. 훤한 대낮부터 술이나 마시고 있는 동이에게 허 생원은 따귀를 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이가 발끈하고 일어서자, 허 생원은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모조리 내뱉었다. 동이가 화낼 만…(생략)

작되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제천 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아 집에서 쫓겨나고 자신은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후로, 의부를 얻었지만 의부는 고주망태인데 다가 사람에게 칼을 휘두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없는 것 보다 못했다.
개울을 건너면서 허 생원이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버리자, 동이가 그를 업었다. 조 선달이 그에게 진종일 실수만 한다고 말하자, 그는 나귀가 새끼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옷을 웬만큼 짜서 입고, 그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귀가 걷기 시작했을 때, 평소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동이의 채찍이 왼손에 있다는 것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술집에서 만난 동이가 아직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갖기 전인데도, 허 생원은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동이를 나무랐다. 그에 동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 여기서 보면 허 생원과 동이가 평범하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암시 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귀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막 바로 뛰쳐나온 허 생원을 보면 시간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반평생을 같이 살았다고는 하지만 역시 애정이 없으면 나귀를 위해 뛰쳐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이 그들을 이어주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그들을 한층 더 가깝게 했던 것이다.
작가 이효석의 시적인 묘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울린다. 자연에 대한 묘사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또한 등장인물들과 동물들이 서로 교묘하게 얽혀 상징적인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놀라게 된다. 허 생원의 나귀는 바로 자신, 우연히 만난 성 서방네 처녀는 나귀의 새끼를 밴 피마, 그리고 동이는 나귀 새끼라고 하면 이들의 관계는 서로 암시적으로 연결되어 독자들에게 신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런 신비한 분위기가 ??메밀꽃 필 무렵??이 현대에도 널리 읽혀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