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읽고 무소유

‘무소유‘를 읽고
종교. 나는 무교다. 모든 종교 의식들을 헛된 것으로 여기는 나. 언제부터였나. 하여간 내 눈에 종교는 이상한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신이란 것을 믿는 사람들이. 신의 가르침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그렇게 된 것 같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의 모습이 나에게는 전체를 흐려버렸다. 그토록 싫어하는 종교들이지만. 그나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불교다. 엄마가 절에 다녀서 그런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 책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큰집에서 원성스님의 ‘풍경’이란 책을 본적이 있다. 하도 심심해서 책장을 둘러보다가 꺼내본 책인데. 스님이 그리셨다는 동자승의 눈이 너무 순수해 보였고, 수필 같은 글들 또한 너무 순수했다. 집에 오자마자 그 책을 나도 사버렸고, 그 때부터 불교를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검색하고, 검색하고. 그러는 과정에…(생략)

돌봐주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할 일이 생기셨던 스님은. 밖에서 있어야 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난초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셨다고 한다. 결국 스님은 거처로 돌아오자 마자 그 난초를 다른 분에게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그랬더니 안절부절 할 것도 없이 편해지셨다고 한다. 스님은 무언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얽매여 있다는 것과도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더 소유하고 싶어하는 나는, 무언가에 더 얽매이고 싶어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왜일까?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버릇 해서 그런가? 더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는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결국 이 세상에 있는 물건 중에 진짜 내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스님이 사시는 곳에 한번은 도둑 님이 들었다고 한다(스님은 도둑 님이라는 호칭을 쓰셨다). 그곳에 고가품이 있을 리 없었기에 몇 끼 분의 양식과 평소 아끼던 물건을 도둑 님이 가져가셔서 처음에는 무척이나 서운하셨다고 한다. 나 같았으면 서운한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스님은 이런 생각까지 하셨다고 한다.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진짜 자신의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 이제는 새 주인을 찾아 간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셨다고 하니. 내가 이런 분을 보고 어떻게 불교를 미워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마음에 담아두고 담아두자고 다짐했던 글도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녹은 쇠에서 생긴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미워하는 마음은 나에게서 생긴 것이다. 그 녹은 점점 그 쇠를 먹는다.. 그 미워하는 마음은 점점 나를 먹는다. 점점 나를 나쁘게 만든다. 아프게 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미워할 때. 결국 그 미워하는 마음은 미워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아프게 만든다고.. 왜 내가 그 아이를 미워하는가. 결국 미워해서 아픈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말이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왜 인간이 서로 미워해야 하는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같은 곳을 향해 가는 나그네라고.. 맞다. 우리는 말없이 인생이란 곳을 걷고있는 나그네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데 그 사이 서로를 미워한다면 서로만 아파하는 법. 누군가가 또 미워지려 할 때. 이 말을 다시 생각하겠다. ‘쇠를 먹는 녹’
세 번째 감동적인 이야기. 아니 감동적이기보다는 부끄러운 이야기였다. 나는 보통 취미를 적어내라고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독서를 적어내곤 했다. 독서를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마땅히 쓸 말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 처음 부분에 스님의 독서에 대해서 나온다. 그 글귀 중에 취미가 독서라는 학생들이 참 우습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글을 봤을 때 얼마나 부끄럽던지. 맞다. 학생이란 무엇인가.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취미가 독서라니.. 우리는 취미 란에 독서를 적는 것을 무척이나 부끄러워해야 한다. 법정스님의 독서에 대한 글을 보면서... 나도 이런 책을 쓰고싶다. 또 읽고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닌 자꾸만 덮고 나서 생각하게 만드는 글 말이다.
네 번째 감동적인 이야기.. 이 글은 너무 좋아서 내가 직접 브리핑해서 어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어느 말썽꾸러기가 있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말을 듣지 않아서 그 부모님들은 무척이나 걱정을 하고 계셨다. 결국 마지막 방법으로 그 아이를 어느 늙으신 스님께 보내기로 했단다. 아이는 무언가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스님은 아이를 따뜻한 방으로 안내해주고 직접 밥도 지어다주시고,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시어 아이에게 사랑을 베푸셨다. 그러자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 아이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다짐했는데, 훈계 대신에 스님의 따뜻한 사랑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에게는 훈계라면 진저리가 났던 것이다. 수백, 수 천번 들은 훈계보다는 따뜻한 손길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겨울에 산 속에서 살다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다고 한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던 나무들이 겨울에 그 가벼운 눈이 쌓이면 뚝 소리를 내며 끊어진 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진 훈계에도 끄떡하지 않던 아이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스르르 녹아버린 것과 같이 생각해야지. 그러면서 또 의미있는 말씀을 하신다. 바닷가에 있는 예쁜 조약돌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바닷물이 만든 것이라고....
마지막 이야기로 무엇을 써볼까 많이 고민했다. ‘말’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쓰고싶다. 요즘. 쉽게 말은 내뱉고 후회를 많이 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채팅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메일을 쓰기 시작하면서 손으로 몇 번이고 고치고 고치던 편지와는 달리 말을 쉽게 하기 시작했다. 언제인가 모르게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줄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자주 말이다. 컴퓨터에서만 이러 던 것이 일상 생활로 굳어져 가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는 아주 말을 못한다. 타자를 치듯이 이러쿵, 저러쿵 필요 없는 남 이야기에 웃고 떠들며 보낸다. 뭐. 다 그런 건 아니다. 진짜 친한 친구와는 함께 있을 때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다. 처음에는 아직도 우리가 어색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남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이건 그 친구를 사귀면서 내가 배운 점이다), 여러 말을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사이는 아니다. 그냥 말을 아끼고도 다른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는 것이 좋을 뿐이다. 벙어리와 침묵자. 스님은 둘을 비교하신다. 침묵자를 벙어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침묵자에게 침묵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참된말만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친구와 있을 때를 제외하고 혼자서 떠드는 것을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말을 조잘거리는가. 얼마나 필요 없는 말들을 조잘거리는가. 또 그 많은 필요 없는 말들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는가 생각해보면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든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참 많다. 출가해버릴까라는 생각까지 들게했던 책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중2때 이 책을 보며 다짐했던 것들. 적게 소유하자. 남을 미워하지 말자. 사랑으로 대하자. 말을 아끼자.. 등등. 이번에 다시 보면서 다시 다짐해본다. 그리고 인생을 더 뜻 있게 살아보고 싶다. 결국 빈손으로 통과하는 인생이란 길의 출구가 ‘왜 뜻 있게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을 줄 수도 있지만. 한번뿐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 ‘열심히’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법정스님이 무소유라는 책을 통하여 알려주신 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법정스님께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