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을 읽고 순이삼촌

<독후감>
「순이삼촌」을 읽고 (현기영, 창작과 비평사)
최근 선생님이 권한 책 ‘순이삼촌’을 읽으면서 지금은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는 환상의 섬, 제주도가 50여년전에 한민족끼리 총을 겨누었던 살육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주인공 ‘나’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겸해서 8년만에 그리운 고향인 제주를 찾게 된다. ‘나’는 금새 도착할 수 있었던 고향길을 왜 그동안 찾지 않았는가를 못내 아쉬워하며 자신에게 가난과 우울함만 가져주었다는 서촌(西村)에 자리한 고향집에 도착한다. ‘나’는 반갑게 맞는 가족들과 제주도 사투리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불현듯 순이 삼촌이 생각났다. 순이삼촌은 그가 어려서부터 따르던 사람으로, 몇달전까지 ‘나’의 서울 집에서 밥을 해주고 있다가 불과 두달전에 제주에 내려왔다는데 그 분이 보이지 않는게 이상했던 것이다. 그러자 가족들은 그에게 순이삼촌이 얼마…(생략)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어째서, 왜? 그 사람들은 우리 이웃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하루새에 이뤄진 난리통에 집도 세간도 다 잃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굴에서 힘든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 주인공이 묘사한 굴에서 얼어죽은 사람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그려져 섬뜩함을 더하고 있다. 이후 계속되는 비극을 느끼며 힘겹게 살아가던 어느 날 밤, 사람들은 죽은줄로만 알았던 순이삼촌의 출현으로 놀라게 된다. 밭에서 사람들을 무더기로 죽이는 꼴에 놀라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자신이 죽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미 자신들의 두 아이를 잃은 뒤, 비극적으로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순이 삼촌이 돌아온 이후, 사람들은 각자 짐들을 챙기고 집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자기 밭에 쌓인 시체들을 치우느라 밤낯을 고생하게 되었다. 한바탕 난리를 겪은 뒤 움집을 지어 사는 그들에게 희망이라곤 찾아볼래야 찾을수가 없었다.
며칠전 순이 삼촌이 그 밭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불현듯 순이삼촌의 죽음은 며칠전이 아니라 30년전 그때 이미 맞이한 죽음이라는 생각을 갖기에 이른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30년동안의 긴긴 유예기간을 마치고 비로소 편히 돌아간 그분의 죽음 뒤에는 아름다운 섬 제주의 슬픈 진실이 숨겨져 있다. 아직까지도 알수 없는, 그러나 꼭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하는 비극적인 사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