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독후감 전투

이 책의 내용을 말하라고 한다면, 제목처럼 그냥 전투장면만 있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자면, 전쟁이란 그 역사가 참 깊고 무서운 것이라는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 장면 묘사만 가득해서 나중엔 읽는 행위가 불편해질 정도였다. 보통 전쟁을 다룬 소설이 전쟁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보여주기 위해 무의미한 인간의 희생과 처절함을 담고 있다면 이 작가의 책의 경우는 그 접근법이 좀 특이하고 남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일단 스토리라는 게 없다. 주인공도 없고 -주인공이 있다면 전쟁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변하는 상황도 없다. 그러니 독자는 좀 아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죽고 죽이고 시체가 나뒹구는 전쟁터에서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잡아 묶어 딴데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랄까... 피하지 말고 전쟁의 본질이 뭔지 한번 느껴보라는 …(생략)

댈수 없다. 산처럼 쌓인 잘려나간 팔과 다리에 기대어 잠을 자다 군인들은 깨어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끔찍함은 굶주림에서 극치를 이룬다. 포로들은 잡혀 과녁이 되다가 참살당하고 수도사들은 탄약을 제조하고 여자들은 예사롭게 폭행과 죽음을 당하고 많은 게 가치없으며 무고하게 사라진다.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은 극도의 사실감이다. 포장되거나 치우침없이 아주 담담하게 작가는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에누리 없이 보여주고 있고 감정의 개입은 전무해 글은 더 살아나고 있다. 작가의 창작물이 아니라 실제 19세기의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전쟁터에 있었던 군인이 본 것을 그대로 적어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장감이 넘치고 있다. `반전`이라는 말을 외치지는 않지만 읽어내려가다보면 저절로 전쟁을 혐오하게 만든다. 전쟁이란 상대에게 무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행위다. 길고도 오래된 이 역사가 인간의 속성과 맞물려 결코 끝나지 않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