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을 읽고 처절한 정원

‘처절한 정원’을 읽고...
서점에서 그 자리에 선 채로 단숨에 읽어버리고는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다시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작고 얇은 책이 전하여 주는 감동과 떨림에 새삼 나이든 가슴이 설렌다.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아폴리네르의 심상치 않은 싯귀절로 펼쳐지는 이 짧은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과거로 우리를 훌쩍 데려간다.
일생을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살아온 아버지와 그 가족사에 얽힌 비극적인 시대 상황을 암울하거나 어두운 시선을 배제하고 시종일관 간결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간 소설은 흡사 속도감 있는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난 뒤와 같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준다.
레지스탕스 대원으로서 변압기 폭파의 진짜 범인이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한 인질이 되어버린 아버지와 삼촌이 보여주는 인생의 아이러니,,, 진흙 구덩이에 갇힌 네 생명의 죽음을 어릿광대…(생략)

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단죄하여야 하고 그리고 바로잡아야 하는지 말하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눈앞에 닥친 죽음을 앞에 두고 혼란에 빠진 인질들에게 그 우스꽝스럽고 어리석던 어릿광대인 독일군 보초 베른이 단호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는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충고는 통렬한 비수가 되어 어지러운 가치관으로 때론 적당히 비굴하고 때론 적당히 타협적인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것이다.
일생을 자신을 낮춘 삶을 산 사람들에게 어설픈 화해의 제스처란 또 다른 거짓과 죄악일 뿐이며 이제 그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때라는 작가의 목소리는 바로 우리가 우리자신에게 들려주어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