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를 읽고 티티새

나는 바나나가 좋다. 바나나는 언제나 A는 그르고 B는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바나나는 "A에 대해서 추억할 거야, B덕분이지"라고 나직하게 말한다. 어쩌면 이런 바나나의 작품은 반쯤의 포기와 반쯤의 타협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도 남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용서`이다. 살아서 타인의 가슴에 못을 박는 사람은 종종 그래도 용서받을 수 있는 귀여운 악마 정도로 희화되고, 죽은 사람은 생시와 다름없이 심상한 모습으로 나와 마음을 주고받는다. 바나나의 소설 속에 `마음속의 그림`(뜬구름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심리묘사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구태여 딱딱하게 말하자면.)과 목숨을 잃었거나 위태로운 인물이 `평등하고 고요한 동작`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흑도, 백도, 사심(私心)도 없는 바나나의 소설이 나는 참 좋다. 일단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은 지나치…(생략)

한 나이의 설정 때문일까?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한 물결처럼, 그렇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뚜렷한 사건을 이야기한다고 하기보단, 추억을 이야기하는 느낌의 문체. 덮고 나서도 여운이 느껴졌다. 츠구미. 우리 말로는 티티새, 백 개의 입을 가졌다고 밤낮 가리지 않고 우는 새라고 한다. 참새 종류이고, 겨울새라고 알고 있다. 쓰면서 보니 츠구미의 이미지가 겨울과 비슷하기도 한 것 같다. 새에 관한 지식은 이게 전부라서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바다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산지나 평지에 사는 새 이름을 가진 츠구미는 그 존재 자체로도 조용한 바다의 배경에서 상당히 부각되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나기 위함인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가끔 깔깔거리며 장난치던 초등학교 시절이라던가 남몰래 짝사랑을 시작했던 그 시간들을 추억하고 싶을 때 읽게 되면 쉽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