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를 읽고 페스트

페스트를 읽고
`페스트`에 나오는 세명의 인물 `랑베르, 파늘루, 리유`는 같은 상황에 대해서 대처하는 방식이 명백히 다르다.
랑베르는 페스트로 인한 극한 상황에서 도망가려는 생각만 하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아내를 걱정하며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전보 한줄을 칠 수는 있어도, 눈앞에서 쓰러져 가는 페스트 환자들을 돌본다든지, 이 사태는 생생하게 취재해서 외부에 알린다든지 하는 기사로서의 사명감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인간상은 그다지 인정하고 싶진 않아도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간상일 것이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자신만 챙기고 살아나려고 하는 것. 그것은 인간적인 본능이 아닌가. 그것을 이겨낸 소수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훌륭하다고 칭송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랑베르의 행동은 어찌보면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 의한 것이다. 아내와 만나 다시 평범하고 행복한 일…(생략)

은 사람들을 안정시키려는 연설을 한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파늘루에 비해 훨씬 능동적이지만 솔직히 사람들의 심적인 평온만을 도울 뿐 페스트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은 거의 될 수 없다. 나는 종교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종교라는 것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약간 모호하면서도 그네들이 확실하다고 믿는 무엇-예수든 하느님이든 부처든-을 믿는 것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 집단의 맹목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약간 과장한 감이 있긴 하지만 한때 MBC방송국을 덮쳤던 그 많은 무리도 모두 신도들이 아니었는가.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종료라는 것으로 페스트가 돌고 있는 상황을 그 자신의 업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너무 쉽게 수많은 사람들을 선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닥 나아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리유는 의사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확실히 지키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종교를 믿지 않고 눈앞의 환자를 치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나름대로의 의사로서의 자존심이라고 할까- 그는 주어진 상황에 가장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비교적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한명의 힘으로는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그 자신 이외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랑베르나, 수많은 사람들을 심적으로만 안정시키고 있는 파늘루 신부-물론 그의 역할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지만-에 비해서는 이 상황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의 이런 행동은 당장의 상황을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점점 더 커질지도 모르는 상황에는 무방비 상태이다. 그저 한명한명의 페스트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는 장기적인 상황수습이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