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향기를 읽고 국화꽃향기

국화꽃 향기를 읽고...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이야기가 실화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두 사람이 서로 상처를 받으면서도 서로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도 가슴 아팠고, 또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첫만남은 승우가 처음으로 대학의 써클에 갈 때 전철안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방송을 듣고 있었고, 같은 써클이었다. 미주가 선배였고,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받고 꾸중듣는 승우는 미주의 후배였다. 승우는 자신에게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 여인은 미주였고, 승우는 미주의 머리에서 ‘국화꽃향기’가 난다고 생각하였다. 승우는 졸업 후에도 우연을 가장 한 만남으로 계속 미주에게 접근하였고 결국 그의 끈질긴 노력에 미주는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승우에게 열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도 대단하지만 내가 더욱 감동받은 것은 바로 미주의 모성애였다. 자신은 만신창이가 다 되어 죽어가면서도 …(생략)

디오 프로그램에 미주는 매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자신의 사연을 보낸다. 승우가 마지막으로 방송을 하던 날, 미주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를 낭독할 땐 그만 눈물이 글썽거렸다. 죽음 앞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하며 상처주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그 모습에 그만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던 것이다. 미주가 소변조차 가릴 수 없을 때 자존심이 강한 그녀를 위해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줘 가면서 묵묵히 치우는 그에게서 아내를 사랑하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라흐마니나도루 마타부부가이타 사자가니바메 바메바메 라흐마니...
이 주문은 승우가 미주에게 아기를 예쁘게 낳는 주문이라며 가르쳐준 주문이다. 사실은 영은이가 미주에게 걸었던 저주의 해독 주문인데 말이다. 미주는 그걸 사랑을 지켜주 는 주문이라 믿으면서 곧잘 외우곤 한다. 나는 미주와 승우가 이토록 슬픈 사랑을 하게 된 것이 그 저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저주를 건 영은이가 밉기만 하다. 그렇게 빨리 결혼 할 거면서 말이다. 그래도 나중에 외운 사랑의 주문 덕분에 두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믿고 사랑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에 무사히 예쁜 주미를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승우는 홀로 주미를 키우며 그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미주를 사랑하는 승우의 마음은 영원토록 변치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정말 죽어서도 다시 만나면 이젠 그런 슬픔이나 고통 없이 그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승우의 바램처럼 예쁘게 키운 주미의 머리에서도 미주와 같이 ‘국화꽃향기’가 날 것이다. 이 세상에 메마른 정서를 깨고 슬프지만 맑은 사랑을 보여준 두 사람의 사랑에 감사하며 죽어서도 변함없을 두 사람의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