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읽고 나서 고향…

고향
저자 : 현진건
출판사 : 일신서적
현진건의 고향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일제 강점기의 황폐한 시대 현실속에서 유리걸식하던 민족의 실상을 상징적.집약적으로 고발한 사실주의 소설인데 저는 이 소설을 서울행 기찻 간에서 만난 기이한 얼굴을 가진 그의 입장에서 일기 형식으로 다시 써 보았습니다.
192X년 6월 25일
고향에서 씁쓸한 마음을 감추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를 탔다.
두루마리격으로 기모노를 두르고, 그 안에 옥양목 저고리를 입고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어서 그런지 나와 마주앉은 그가 날 매우 흥미 있게 바라보았다.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세나라 사람이 다 모여 있었다.
내 옆에 일본 사람이 앉아 있어서 난 오사카가 어떠니, 조선사람은 고추를 끔직이 많이 먹는다느니, 일본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처음에는 속이 뉘였거린다는 등, 횡설수설 지껄였다.
하지…(생략)

나의 얼굴을 보더니 더욱 냉랭하고 불친절하게 노동 숙박소에 대해 알려주었다.
내가 그에게 "시방 가면 무슨 일자리를 구하겠는기오? 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일자리에 대해선 아무 지식이 없는 듯 했다.
나에게 더 이상 좋은 대답을 해줄 수 없었던 게 미안했는지 그는 나에게 은근히 어디서 오시는 길이냐고 물었다.
휘~ 하고 한숨을 쉬며 나는 그에게 고향에서 온 모든 신세 타령의 실마리를 풀어놓았다.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나는 힘들게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다.
내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딴 동리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구년 전, 내가 열 일곱 살 되던 해 봄에 우리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하지만 쫓겨가는 운명이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 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침거리 저녁거리 걱정이라, 무슨 형세로 적어도 일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가며 거친 땅을 팔 수가 있으랴.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제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어 말았다. 열 아홉 살 밖에 안된 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년이 못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어머니 또한 돌아가셨다.
이 때, 내 앞을 가리는 이 번들번들함은 눈물이 쏟아 졌음이라.
한없이 가리우는 눈물을 줄줄 쏟아 내리며, 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난 딱 한명의 고향 사람을 만났었다. 바로 나와 혼인 말이 있던 여자였다.
그 여자는 나보다 두 살 위였지만 부모들 사이에도 혼인 말이 있었고 나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 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비 되는 자가 이십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가슴을 짜는 뜻한 괴로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지낸 슬픔을 새록 새록이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쳤다.
내 이야기를 듣는 그 또한 너무도 참혹한 사람 살이를 듣기에 쓴 물이 난 듯 싶어 쓸쓸하게 입을 다물었다.
저는 현진건의 <고향>이란 작품을 시점을 바꾸어서 주인공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보게 되었는데 독후감을 쓸 때, 이런 새로운 형식으로 써 보는 것도 참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후감 하면 항상 딱딱한 줄거리에 밑에 느낀점 몇 줄 쓰곤 했었는데 이번에 그 고정된 형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형식으로 써보니 제가 쓰면서 훨씬 덜 지루하였고, 또 줄거리 요약하는데 걸렸던 시간들이 많이 절약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