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회의록을 읽고

금수회의록을 읽고
금수회의록의 지은이 안국선은 호는 천강, 일본 유학을 한 개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대한 협회에 가입하여 사회활동을 하였으며 현실비판적인 작품을 많이 발표하였다. 특히 1908년에 그가 발표한 금수회의록과 같은 경우 동물을 빌려 인강행위의 모순과 비리를 비판하는 우화적 형식에 연설문 형식을 결합하여 비판과 풍자의 효과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 판매금지처분을 받은 것으로 미루어보면 사회비판의식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줄거리는 `금수회의소`에 모인 여덟 종류의 동물들이 회의를 여는 내용이다. 회의의 안건은 `사람된 자의 책임을 의논하여 분명히 할 일`, `사람의 행위를 들어서 옳고 그름을 의논할 일`, `지금 세상 사람들 중 인류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조사할 일` 이다. 이들 동물들은 자신들의 장단점을 들어 짐승보다 못한 인간을 비판하고 있다. 제1석 반포지효…(생략)

음란함에 대해 비판한다. 서술자인 인간 `나`는 금수회의소에서 이러한 연설을 듣고 한 마디도 반론하지 못한 채 인간 사회가 타락한 것을 한탄하며 반성과 회개를 촉구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을 읽으며 나는 참 `흥미롭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평소에 우리가 인간보다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는 동물들이 이렇게 인간을 비판하며 인간을 가장 어리석고 사악한 존재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참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금수회의록은 동물의 입을 빌려 인간 세상의 비리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이솝우화와 비슷하다. 이솝은 노예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지배 계급의 어리석음을 우화형식으로 돌려 말했다. 그렇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안국선 역시 당대 사회의 현실을 직접 표현할 수 없어 우화의 형식을 빌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발표당시 판매금지 처분을 받을 걸로 봐서 우화 형식을 빌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사회비판을 폭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로 금수회의록은 당대 시대를 비판하고 정치계의 우매함을 풍자했으므로 정치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동물들의 회의를 듣고 있는 인간인 `나`가 인간에 대한 비판만 듣고 있을 뿐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이런 연설을 들으며 인간세계를 한탄하며 인간들은 반성과 회개를 해야한다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추상적으로 `반성, 회개`라고 할 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이런 점에서 금수회의록은 한계점을 지닌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이제까지 제기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적극적인 방책을 들었다면 좋았을 듯 싶다.
반면에 금수회의록은 동물 여덟 마리로 당대현실을 폭넓게, 구체적으로 비판한 긍정적인 면도 있다. 까마귀의 연설에서 우리는 유교적 덕목인 `효`를 찾을 수 있고 게의 연설에서 `지조`, 원앙의 연설에서 `부부간의 윤리의식`을 들어 전통적인 동양의 덕목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을 보아도 그들의 말이 당시 1900년대의 시대를 반영했다. 하지만 지금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깨달음을 준다. 세상 만물을 지배한다는 인간이지만 작은 미물인 동물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효와 지조, 윤리의식 등은 우리가 쉽게 잊고 살지만 우리 삶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나 역시 까마귀의 연설에서 동물조차 이렇게 부모를 생각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인 나는 어찌 효를 잊고 살아가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여우의 연설에서 외세에 의존하는 우리사회를 비판할 수 있고 벌의 연설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을 비판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는 정말 모든 동물들보다 뛰어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안국선은 이 소설을 통해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풍자했다. 지금의 우리도 그 시대와 다른 게 거의 없다.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의 진보된 기술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