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책 길위의책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구는 아픈 채로 웅크리고 살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치유법을 찾아 스스로 털고 있어나기도 한다. 때론 제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 폭력적이 되기도 한다. 성장이란 것, 성숙이란 것 누구나 거쳐야 할 계단이지만 쉽게 넘어서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래서 혹자가 ??아픈만큼 성숙한다??고 노래한 것이 아닐까? 필남은 내세울 것이 없는 아이다. 칸칸이 속이 나뉘어진 도시락처럼 엮어진 가족들과 식당을 하는 집안은 늘 어수선하기만 하다. 재혼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생긴 필남은 두 가족을 이어줄 수 있는 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였지만 오히려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하고 집 밖을 겉돌기만 한다. 공부도 외모도 특출나지 못한 필남은 친구들에게조차 따돌림 당하는게 오히려 편하다. 국어 선생님의 권유로 어렵게 신청한 도서반은 의외로 합격하게 된다. 공부며 외모며 자신과는 다르게 언제나 당당한 나리의…(생략)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은 필남은 스스로 준태에게 편지를 보내 서로에게 삶을 살아갈 이유를 준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을 것을 필남과 나리는 걸어가며 얻은 것이 아닐까? ??아무리 큰 슬픔이거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이야. 그 안에서도 뭔가 깨닫는 게 있고 생각되어지는 게 있다는 거야.?? 가족들을 품고 자신도 그 속에 한 존재임을 깨닫는 필남이 준태의 편지를 읽을 때는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했다.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당당한 존재임을 인정 받는다는 것이 질풍노도기라는 청소년기를 헤쳐 나갈 노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기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좀더 관대해지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줄 누군가가 뒤에 있다는 것을 아이가 깨닫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못한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마이클 잭슨도 즐겨 먹는다는 비빔밥. 참 특별한 음식이다. 큰 그릇에 이것 저것 다 넣고 밥 넣어 쓱쓱 비벼 같이 먹는다는 것이 한솥밥 먹는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한 지붕 밑에 한솥밥 먹고 한이불 덮고 자는 또 다른 우리 필남에게도 격려를 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