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의 사하촌을 읽고 사하촌

사하촌
김정한
사하촌! 이 이름 그대로 절 아랫 마을 이라는 뜻이다. 평안한 산사와 정갈하게 공양을 드리는 자비로운 스님. 그런 공간 아래에 있는 마을은 왠지 그와 닮아 평안하고 속세의 고뇌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의 ‘사하촌’은 그러한 머리 속의 영상들과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보광사와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을 보광리, 그리고 그 아래쪽에 그들의 땅을 부쳐 농사를 짓는 소작인들의 마을, 성동리가 있다. 그리고. 속세의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야 할 스님들이 지주 노릇을 할 뿐만 아니라, 극락왕생을 위해서는 시주가 필요하다며 순진한 사람들에게서 땅까지 갈취한다. 거기다, 소작료를 마치 호세처럼 가혹하게 걷어내며 거기에 보광리 사람들까지 그 착취에 동조하고 협력한다. 그런 썩어빠진 사람들 밑에서 힘겹게 땅을 부쳐 농사를 짓던 성동리 사람들은 혹독한 가뭄을 맞게 된다. …(생략)

도 있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김정한의 처녀작이고 그 당시 소작인들과 지주간의 갈등을 사하촌이라는 배경아래에서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속세의 물질적 탐욕을 다스려야 할 스님들이 순박한 사람들의 합법적 논리 하에서 땅과 돈을 갈취하는 아이러니와 날이 가물어 땅에 앉아 한탄하는 성동리 사람들과 덥고 맑은 날씨로 바다로 물놀이 가는 보광리 사람들을 대조시킴으로써 그 주제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 또, 성동리 사람들, 보광리 사람들 즉 집단과 집단의 갈등을 특별한 주인공 없이 그려내고 있는 점 역시 타 소설들과 다르다는 점 역시 보여준다. 그리고, 힘 없는 소작인들을 대표하는 성동리 사람들은 그저 자연적 재난일 뿐인 가뭄에 지주의 수취라는 짐이 더해져 인간이, 소작인들이 어찌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마주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저 소작료와 저리자금 지불을 연기해 달라고만 요구, 아니 부탁을 하러 보광리를 향해 비장한 걸음을 뗀다. 하지만 소설의 전반적 분위기와 결말 부분의 이야기에서 그런 요구마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하는 독자들은 소작인들의 고통과 아픔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된다. 짧은 단편 소설이지만, 그 시대에 살던 소작인들과 지주간의 갈등, 그리고 지주의 수탈로 인한 소작인들의 고통과 고뇌를 어느 역사책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들의 고뇌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전적이고 어느 시대와 연령을 넘어서 누구 나가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