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개미
어렸을 때, 누구나 부모님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처럼 필자의 어린 시절에, `개미는 정직하고 부지런하다`라는 말만 들어왔었다. 그래서 아마 나의 개미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다. 그런 이야기가 개미에 대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을 때, 바닥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에 들끓는 개미의 모습이 보였다. 어린 마음에 엄청난 수의 개미가 무서웠고, 그들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옮기는 것을 보고는 곧 `그들은 더럽다`라는 생각을 갖고 `인간에게 해가 되므로 개미를 보면 손으로 눌러 죽여야 한다`라는 잠재의식 속에서 집안의 개미들을 보는 족족 죽였던 것 같다. 나의 개미에 대한 관심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었다.
그러나 베르베르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2~3미터 아래의 개미 세계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였으며, 16살부터 이 대단하고 엄청난 `개미`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개미…(생략)

흥미로웠다. 개미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린 시절에 작은 플라스틱 안에 들어 있는 개미들을 사서 길렀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개미는 자기들만의 보금자리를 상당히 계획적으로 짓는다. 업무에 따라 중요한 위치에 짓고, 어느 누군가의 침입을 받을 것을 대비하여 두 개의 입구를 만들어놓는다.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개미의 행동은 어떤 부분에서 보면, 모든 동물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어느 면은 인간을 능가하기도 한다. 그 동안 나의 `개미`에 대해 갖았던 것들이 미안해졌고, 그들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또한, 개미는 분업이 잘 되어있는 동물이다. 태어날 때부터 생식개미와 비생식개미로 나뉘며,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자기 소명의식을 갖고 해야할 일을 찾아간다. 생식개미들은 종족 번식을 위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종족 번식만을 위해 행동하고, 비생식개미들도 일개미와 병정개미로 나뉘어 도시의 필요한 생산활동을 하거나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어느 다른 동물보다 분업이 잘 되어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믿고 따르므로 협동 또한 잘 이루어진다. 103호 개미가 손가락들과의 교신에서 TV를 보며 인간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모습을 읽을 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다른 동물들보다 자기가 훨씬 우월하다고 믿으며 자만에 빠져있다`는 부분은 정말 인간이 한없이 부끄러운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나는 개미에 대한 박사도 아니고, 이제까지는 그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갖아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과 생각이었다. 그 먼지와 비유했던 `개미`는 인간보다 훨씬 나은 문명을 이룩하고 있었고, 그들 또한 우리 인간과 몸의 크기 외에는 다를 바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이 책을 통해 필자 자신은 물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주위의 어느 것이 사소하다고 선입관을 갖고 소홀하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혹시 소홀했다면 그러한 것들에게 다시 한 번 관심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겠고,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