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을 읽고 관촌수필

『관촌수필』을 읽고
이 글의 제목을 처음 보고 수필일 것으로 착각했었다. 하지만 이 글은 수필의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목에 보란 듯이 『관촌수필』이라고 되어있었기에 충분히 착각할 만 했다. 이 『관촌수필』이란 큰 제목 안에 있는 글 중 내가 읽은 첫 작품인 「일낙서산」은 과거와 현재의 시차를 오감으로써 화자의 회고담 형식으로 쓰여졌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의 다섯 번째 부제이긴 하지만 내가 두 번째로 읽은 글인 「공산토월」은 화자의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살았던 아주 심성이 착한 신석공의 그리움으로 쓴 추도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첫 작품인 「일낙서산」은 화자가 타지의 생활로 떠돌다 고향에 왔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주제로 쓴 것이다. 화자는 어릴 적 자신의 인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 할아버지의 성묘를 목적으로 고향에 왔다. 조선인이던 할아버지는 진실로 조상…(생략)

권위 높은 가문 이였기에 그의 몰락은 화자에게 큰 정신적 충격 이였을 것이다. 이에 아주 큰 역할을 한 거이 6?25전쟁이 중심이 된 극단의 이념 대립인 것이다. 이렇게 지난날의 삶과 현재의 삶이 대립된 때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그 변화는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것이다. 전쟁은 한 가문을 몰락시키고 실향민으로 전락시키는데 크게 한몫을 한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전쟁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다. 급격한 변화로 과거의 모습이 모두 사라진 지금 아마도 우리는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가 회복하려고 노력해야하는 높은 정통적 기풍을 찾아내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 글의 화자는 명문 가문에서 자라나 세간과 풍습에 젖어 현대적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했기에 더욱 실감이 나는 글인 것 같다. 화자는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곧 좌절을 겪었고, 그 때문에 정체성을 잃고 살아왔다. 하지만 화자가 계속 그런 의식에 젖어있는 이상은 영원한 실향민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 글의 화자 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현실일 것이다.
두 번째로 읽은 「공산토월」은 성실하게 살다 생을 마감한 신석공의 이야기를 주제로 쓴 것이다. 이 인물은 화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화자의 집안일 하나 하나에 많은 신경을 써주었고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돌봐주었다. 어머니가 아플 때 내일처럼 먼길을 수십 번 다녀오고, 좋다는 약이란 약은 식량을 내다 팔아서라도 구해오는 그런 정성은 누구라도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6?25때 부역을 한 일로 5년간 형무소 생활을 했고, 그 후엔 마을의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 해결해 오던 신석공은 백혈병이라는 병명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에서 사람들의 연민과 사랑이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지는 것 같다. 현대 사회에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자유로운 사회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현대인의 생활과는 정 반대로 6?25의 억압적인 사회 환경이 차지하고 있는 시기에서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 이였다. 관촌 마을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다. 자연을 점차 잃어 가는 현대의 실상을 깨우쳐 주려는 작품 같다.
이 『관촌수필』은 현대 산업화로 인하여 잃어 가는 전통의식을 깨우쳐 주고자 쓰여진 글이다. 정체성을 잃어가고, 점점 문명화에 찌들어 가는 현대인에게 이 글은 전통적이고,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과거에 집착하여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 산업 사회에 찌들어 버린 이런 양극화된 관념과 습관을 버린다면 우리의 잃어버린 정체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실향민이 아닌 고향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