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팔도 금수강산이라 하여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만 생각해 보아도 반만년의 역사답게 유형 문화재는 국보를 비롯하여 보물, 지역 문화재 등 몇 천 점은 족히 될 것이고, 무형 문화재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일까? 나는 이 대답을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찾았다.
나는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분명히 처음 소개하는 곳은 공주나 부여나 경주 같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문화재 도시일거라고. 그러나 나는 몇 장도 넘기지 못해서 내 추측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맨 처음 나온 곳은 강진과 해남으로 책의 1/5이상을 차지했다. 솔직히 이 곳이 어디인지 잘 몰라 우리나라 지도를 보고 찾아서야 알게 되었다. 평소에 우리나라 국토가 너무 작다고 불평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지명인 강진과…(생략)

을 소개한 것이 다산 초당이다. 이곳은 또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은 우리나라 대표 실학자로 그의 저서 목민심서와 수원성의 거중기로 유명하다. 그의 유배지인 이 곳은 그가 머문 다산 초당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아직도 다산 정약용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이렇게 능력 있고 성실한 한 학자이자 관리였던 정약용은 아무 까닭 없이 이 곳으로 몇 십 년 동안 유배되어 온 것이다. 이럴 정도면 나로선 미쳐버리거나 복수의 날을 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다 못한 공부를 하고 글씨를 쓰며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그는 낙천적이고 자연과 같이 순리대로 사는 삶을 살은 것이다. 다음으로 소개한 강진 해남의 답사지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재를 후대에 잘 관리하지 못해 그 전의 아름다움을 잃은 곳을 이야기하였다. 백련사가 있는 만덕산과 녹우당 앞의 유물 전시실이 바로 그 곳이다. 만덕산의 봄은 앞에서 얘기한 남도의 원색을 잘 보여 주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몇 년 전 솔잎 혹파리때 때문에 그곳의 소나무는 다 쓸러졌고 이것을 막기 위해 무절제하게 뿌린 살충제로 산새와 들짐승에서부터 벌, 나비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빈대하나로 초가집 태운 격이다. 이것을 읽으며 우리가 얼마나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게 했다. 솔잎혹파리는 외래종으로 원래 우리나라 먹이 사슬에는 빠져 있었다. 만약 정부나 검역소에서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처리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또 이런 일이 벌여졌다 해도 최대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을 처리했어야만 했다. 아마도 이곳은 이제 아무 생명도 없이 바싹 마른 소나무만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녹우당의 유물 전시관이다. 유물 전시관에 있는 `가전 화첩`은 진품이 아닌 사진복제품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도난 위험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것이 진짜가 아닌 가짜라니. 이렇게 도난 때문에 복제품을 전시하는 것은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매장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것은 서로 공유함으로써 더 의미가 더해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강진, 해남의 태흥사와 땅끝 등의 이야기를 했다. 대흥사는 그리 예술적 감동을 주는 유물은 없어 어느 학생이 실망을 했다. 그것을 들은 작자는 이런 말을 했다. `아는 만큼 느낀다.` 이 말은 옳은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사용법을 모르면 짐이 되는 것처럼 무엇을 감상하고 느끼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한다. 쉬운 예로 같은 한 권의 책이라도 읽는 횟수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조금씩 달라진다. 한 번 한 번 읽으면서 그 만큼 감동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땅 끝은 벼랑처럼 상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아름다운 산경, 야경, 해경을 보여 준다고 나와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땅은 끝났지만 무한한 바다는 시작된다고. 지금까지 나는 가장 인상 깊은 답사지인 강진과 해남이다. 그밖에 많은 답사지가 이 책에 나왔지만 나는 이 강진과 해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는 일반 사람이 느끼기에는 너무 전문적이거나 사소한 것을 특징을 살려 표현해 글에 더 생동감과 사실감을 주었다. 후자는 책으로 내는 일반적인 기행문이나 여행 안내문과는 달리 더욱 향토적이고 재미를 준 것 같다. 이제 이 글을 맨 처음 한 질문의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느낀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나라 국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고 감상하는 법도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 보기에 재미있고 신기한 이색적인 해외를 찾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여행할 돈과 시간이 생기면 강진과 해남에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수채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