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저녁 낙하하는 저녁

< 낙하하는 저녁 >
내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것 없이 단 하나다. 사람의 감정을 너무나 잘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사람이고, 글을 읽는 사람도 사람이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 글속의 인물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소통 뒤에는 작가와의 소통이 있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이야기 하다보면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치는것도 모르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이어간다. 책을 읽는것도 그런것의 한 종류라고 생각된다. 작가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그 속에서 인물들을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인물의 감정에 나는 읽으면서 나의 감정을 더해서 다시 내가 읽는 책의 인물을 나의 마음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별한 여자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초반부는 이별한 여자의 심리를 그 뒤에는 어찌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지만 자신이 사귀던…(생략)

주고 싶어서 한 순간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태로 나를 내 몰아친다. 인생은 이런 것이다. 많은 변화 속에서 그리고 또 정지해 있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와 정체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되고, 인생을 즐기는 힘을 얻게 되면서 삶을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어떤 삶을 목표로 지금을 살고 있을까? 무의미하게 지나쳐 보내는 지금은 과연 나의 미래에서 어떤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에게 이 책의 의미가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내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고 싶은 시기니까 말이다. 일본 소설은 참 좋다. 인스턴트 음식을 잔뜩 먹다가 담백한 회를 먹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감정을 쥐어짜 내지 않아서 좋고, 또 열심히 생각을 하면서 공들여 읽을 필요도 없으며, 그냥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글이라는 나는 좋다. 나도 이렇게 담백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삶이 담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최선을 다 하는 인간의 삶이 늘 아름답지만 가끔은 나태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