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쏘공 난쏘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번 세 번째 독후감으로는 잘 알려진 단편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소설은 연작 12편 중 네 번째 소설이며 단편소설이자 사실주의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사회 고발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 내가 한 가지 이 소설에 끌리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장마다 시점이 바뀌는 독특함 때문이다. 이 시점은 영수, 영호, 영희로 바뀌어 가면서 모든 일을 알수 없는 매력과 동시에 많은 일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도 나오는 난장이는 바로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키는 117cm, 몸무게는 32kg으로서 난장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는 이 집의 가장말이다. 그는 칼갈이, 고층건물 유리 닦기, 수도 고치기 등 안해본 일이 없지만 늘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식구들은 노비의 후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장…(생략)

장에게 가서 따질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인물이었고, 또 가정을 보살필 수 있는 정신적 지주였다. 우리 주위의 이런 아이들을 보면 대개 동정심을 느끼지만 나는 오히려 그가 존경스럽다.
차남인 영호는 의젓한 형과 반대되는 의지가 약한 인물이다. 그는 자기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모든 일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진다. 그는 형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도 곧 삶에 쉽게 지쳐 버린다. 무엇을 개선하려 해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 곧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어떤 격려도 받지 못한 채 자기들에게 강요된 현실에 금방 질려 버리고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는 자기 가족과 지섭 이외의 세상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여긴다. 아니, 어쩌면 지섭과 자기 아버지도 이상하다고 의심한다. 그는 자기 세계에 빠져서 자신과 가족을 불쌍하게 여길 뿐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형을 동경하지만 따라갈 수 없는 의지박약의 나약한 인물 어쩌면 현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변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희와 영희는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 극복 의지가 강하나 제일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여성을 대표한다. 그들은 가족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려고 공장에 다니고 몸을 팔게 된다. 제일 희생이 크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큰 비난을 받게 된다. 이들은 일생 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무참히 밟히고 여자로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어머니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진 않지만 자신의 가족을 지키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쓰러지지 않는다. 그녀는 어머니답게 어른으로서 어머니로서 모든 것을 당당하게 헤쳐 나가려 하고 침착성을 유지한다. 또 자식들을 잘 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 그들이 사는 지역이 재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되었으니 정해진 기일 내에 건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경고장을 받는다. 철거 대신 아파트 입주권을 받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주권을 헐값에 팔고 이사 가기 전날 막내 영희가 사라진다. 어머니는 공장에 다니던 영수와 영호가 직장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더욱 어려워진 집안 형편을 보다 못해 돈을 벌러 나갔으리라고 생각한다. 영호는 영희가 비행접시를 타고 날아갔다는 주정뱅이의 말을 듣고 밤새워 기다려 보지만, 비행접시도 영희도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영희는 아파트 입주권을 팔던 날, 어떻게든 그것을 되찾아볼 양으로 자기집 입주권을 사간 사나이를 따라나섰고 그의 집에서 생활을 한다. 성적 학대를 받으면서 기회를 엿보던 중 사나이를 마취시키고 입주권을 찾아 도망친다.
영희는 입주 신청을 하고 옛날 살던 집으로 돌아오지만 식구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그런데다가 아버지가 그동안 일을 해왔던 벽돌 공장이 철거되는 날 굴뚝에 올라갔다가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영희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오빠들을 만나는 꿈을 꾸고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혼내줄 것을 힘주어 당부한다.
모두 열두 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유신 독재의 말기였던 당시에 산업 현장의 노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70년대의 문학사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의 궁핍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서, 특히 노동자의 현실 패배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소외된 도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즉,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행위, 노동 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측면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소설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데만 호소력을 지닌 것이 아니다. 문학만이 가능한 정서적인 면 또한 없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는 난장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의 삶의 조건과 모습을 파헤침으로써 70년대 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우리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이 난장이가 공을 달나라로 쏘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못가진 자로 태어나 열심히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하는 인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수는 책의 앞부분에서 이런 말을 한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천국은 무엇이고 지옥은 무엇인가? 여기서 좀 더 생각할 거리가 생길 것 같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다시 떨어질 것이 뻔한 그 공을 자꾸만 어디로 쏘아대는 것일까? 바로 천국일 것이다. 그와 그의 가족이 사는 지옥에서 너무나 작아진 희망을 천국을 향해 자꾸만 쏘아댔던 것이다. 그의 작은 공은 종이비행기와도 같다. 종이비행기처럼, 잠깐은 하늘에 떠도 결국은 떨어지지만 그는 매일 밤 날린다. 천국에 사는 우리들은 왜 그의 비행기를 보지 못했을까?
혹시 그의 비행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TV에 가끔씩 그들과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 줬는가? 혹시 그 뒤에 바로 다른 일이 생기거나 해서 관심을 아예 가지지 않지는 않았는가?
아버지 난장이는 그렇게 희망을 하늘로 자꾸만 쏘다가, 그만의 이상적 세계로 떠나고 만다.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세상, 법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마을 마을마다 행복한 웃음 소리가 넘쳐나는 세상. 하늘 위에 떠 있는 별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에 말이다.
키가 작은 난장이와 그의 머리 위에 종이비행기... 그는 왜 세상을 등지고 미쳐야만 했을까? 그를 미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영수의 말대로 난장이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비정상일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난장이 가족과 세상은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작의 첫 번째 글인 ‘뫼비우스의 띠’가 되기 전의 직사각형처럼, 앞뒷면이 영원한 대립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