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바다를 읽고 노인과바다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
중학교 때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사주셨던 책이 바로 이 노인과 바다였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단순한 책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에게 이 책은 정말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때 그 감동이 며칠 전 다시 생각이 나서 창고에 쌓여있던 책들 가운데 이 책을 찾아내서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만년의 나이에 이룬 문화적 성숙을 담아 고독한 인간의 삶과 운명을 이 소설의 주인공 노인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내어 예술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헤밍웨이는 이 책 외에도 많은 작품들을 남겨 이미 훌륭한 문학가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헤밍웨이가 정말로 낚시를 해본 어부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너무도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노인이 바다에서…(생략)

젊은이가 이런 힘든 항해를 했어도 아마 집에 돌아오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늙은 몸으로 셀 수도 없는 상어들과 오직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싸우고 아직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는 아름다운 고기를 잡았다는 것이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결국 그 고기는 상어에게 뜯겨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노인 자신은 패배자라 생각하지만 나는 결코 노인이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노인은 상어의 초췌한 뼈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과 지혜까지 터득했으므로 고기 이상의 더욱 값진 것을 가져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바다는 노인에게 있어서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였던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난 무언가로 머릿속을 꽉 채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노인에게서 배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소년에게도 노인에 대한 굳은 믿음을 배웠다. 평소처럼 무의미하게 보냈을 반나절의 시간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주 값지게 보낸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뿌듯함으로 차오른다. 노인이 항해를 하면서 한 그 말을 내 평생의 좌우명으로 생각하면서 노인을 닮으려고 애써야겠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나진 않았어.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