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를 읽고 달과6펜스

달과 6펜스를 읽고..
`달과 6펜스`를 이제서야 손에 쥐게 되다니, 이제서야 이 글을 읽게 되다니. 나는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일까.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방학 기간 동안 통독하겠다는 야무진 일념 하나로 무작정 독서의 세계 속에 뛰어들었던 나에게 `달과 6펜스`는 너무도 강력하고 향기로운 여운을 남겼다.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빛과 같은 양식이 되어줄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오직 훌륭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정신 세계 속의 욕구를 따라 아내와 자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육체적 욕망으로부터 탈피하여 오직 예술(그림)의 세계에만 몰두한다. 실제로 작품 속 캐릭터가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하여 씌여진 이 작품은 그러나 가공의 인물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을 완전히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책의 맨 뒷장에 적힌 해설을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스트…(생략)

것이다.
여기에 정신의 세계, 즉 달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물질의 세계, 6 펜스짜리 동전의 세계가 있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 6펜스만을 택할 수도 있고 둘 다 택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스트릭랜드의 정신은 오직 달을 향해서만 있다. 독자들은 분명 이런 주인공을 보고 다소 우둔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머싯 모움의 소설은 우리에게 그런 비웃음 자체를 매우 슬픈 광대의 행동이 되어버리도록 만든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스트릭랜드에게 보내는 비웃음은 화자를 통해 그것을 보낸 당사자에게 되돌아간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통렬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 작품이 나에게 이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구성을 취한 작가의 구성 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기존에 있던 예술 작품 속에 작가의 이상이 덧입혀져 하나의 완전하리만치 성숙된 정신을 창조해냈다는 사실에 있다. 나는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스트릭랜드, 스트릭랜드 하고 여러번 외쳐 보았다. 다른 이들에겐 어찌 읽힐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있어서 `달과 6펜스`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아주 `예술적`인 작품이었다. 소설이 한 편의 회화작품처럼 이토록 자연스럽고 풍부한 느낌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