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을 읽고 동정 없는 세상

동정 없는 세상을 읽고
책을 잡고 나서 한번에 끝까지 읽었던 경험이 언제였던가?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그 만큼 복잡하지도 않고 음미할 만한 내용이나 문체도 없어, 그냥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솜씨나 주제가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의 시나리오로 각색하면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질 것 같은 이야기, 그게 바로 신인 작가 박현욱의 「동정(童貞)없는 세상」이다.
수능을 끝내고 오로지 동정(童貞) 떼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단순하고 솔직한 준호를 주인공으로 하여, 여자 친구 서영이와 주변 친구들의 생생한 얘기는 실제 고등학생들의 얘기처럼 실감이 난다. 자식에게 아빠 없는 걸 자연스럽게 말할 줄 아는 개방적인 엄마 `숙경씨`와, 일류대 법대를 나왔지만 백수로 책만 읽는 삼촌 `명호씨`는 약간 현실감이…(생략)

할 때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을 확장해 보면, 결국 나 아닌 타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때라야 성숙된 인격을 가진 참된 어른이 된다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정(童貞)없는 세상」은 곧 동정(同情) 없는 세상으로 나가게 될 고등학생들이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자신들의 관심사인 성 문제를 다룬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으니, 아무리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일지라도 공감하며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엔,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속에 진지함이 묻어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