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읽고나서 광장

이념은 인생의 바탕이 되고 중심이 된다. 남북은 지금도 이념과 체제의 대립 속에서 둘로 나뉘어 상반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명준은 이 같은 사회에서, 하지만 그로서는 양쪽 모두에 이동이 가능한 이 두 사회 속에서 방황한다. (어쩌면 명준은 외면적으로 대립된 두 가지의 이념 속에서 방황한 것이 아니라 광장과 밀실 그 두 공간 속에서 방황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개방된 집단적인 삶의 광장과, 자신만의 은밀한 삶의 밀실에서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면 이명준이라는 인물은 단순히 광장과 밀실 속에서 갈등하기 보다는 자신을 가치를 높이 사면서 자신에 걸 맞는 사회를 찾고자 하는 우월주의로 가득 차 있다. 남쪽과 북쪽의 부르주아나 지식인 따위를 비난하며 사회를 탓하고 헐뜯는 모습마저 내게는 모순으로 보인다. 자신 또한 그러한데 다를 바가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생략)

나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에 찬 이명준이라는 동명이인의 또 다른 인생을 그려내 주었다면 나는 그 제2의 이명준을 인생을 우러러보고 칭송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내 그를 비판했지만 마지막 갑판에서 사라져 버린 순간 안타까워 했다. 어쩌면 위태위태 하던 그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내 돕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바로 서 주기를, 사회를 바로 잡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던 것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