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을 읽고나서 만무방

만무방 -김유정
‘염치나 예의 없이 막 되어 먹은 사람’ 이라는 뜻인 만무방.
소설의 주인공인 응칠은 만무방이다. 전과자에다가 갈곳도 잘 곳도 없고 추수 때에 남의 송이를 훔쳐먹는 그런 만무방이다. 어느 날, 고기 생각이 나서 응칠은 근처에 돌아다니는 닭을 잡아먹는다. 고향에 와서도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는 그의 형편이 참 안타까웠다. 그리고 숲에서 나와 마을로 향하던 응칠은 성팔이를 만나 자신의 동생인 응오의 벼가 도둑 맞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자 응칠은 성팔이를 의심하여 추궁한다. 동생이 있으면서도 만무방으로 사는 응칠. 무슨 사정이 있을까하고 소설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응칠이도 몇 년 전에는 처자식이 있던 성실한 농군 이였다. 성실한 농군 이였던 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응칠이의 한숨 어린 과거회상에서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자꾸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 나와 구걸로 하루를 살아가…(생략)

았지만 만무방이라는 그런 사회적 편견으로 자신이 스스로 도둑을 잡으려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안타까움도 느껴졌다. 산길을 오르다 노름판을 발견한 응칠은 노름판에 끼게 되고, 그 노름판에는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며 농사짓기를 끝내려는 소작농들의 헛된 꿈들만 가득하다. 한창 추수하면서 그 동안의 수고와 땀을 곡식의 추수로 달래기는커녕, 하루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농촌을 뜰 생각만 가득한 이 농꾼들의 모습에서 노름으로 생활을 한다는 그런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어쩔 수 없이 노름판에서 큰 돈을 벌기를 소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현재가 힘들었으면 이렇게 까지 할까 라는 안타까움이 더컸다. 숨어서 도둑을 잡으려 기다리던 응칠은 격투 끝에 도둑을 잡고는 그 도둑이 응오임에 망연자실한다. 설마 자신의 밭에서 자신의 곡식을 훔칠 줄이야! 살아남고, 생활하기 위해 자신의 벼를 훔치고, 눈물짓는 형제의 모습에서 그 시대의 아이러니를 보았다. 소를 훔치고 달아나자는 응칠의 제안을 응오는 거절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양심만은 지키는, 하지만 그렇게 권하는 응칠의 모습이 나쁘지 않게 보이는 것은 그 시대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였을까? 이 소설 하나에 그 시절 힘들었던 농민들의 모습과 현실 비판의 목소리가 실감나게 담겨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