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넘이 마을의 개 목넘이 마을의 개

목넘이 마을의 개
목넘이 마을. 이 마을을 지나가려면 어디로 가든지 목을 넘어야 했다. 그래서 이름이 목넘이 마을인데 많은 가족들이 이 곳을 지나서 어디론가 떠나간다, 하는 내용으로 이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이다. 그렇다면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자기의 땅을 잃고 만주나 간도로 쫓겨난 보통 농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만 보아도 앞으로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알 수 있게 된다.
어느 해 봄철, 간난이네 집 옆에 언제 어디서 온 지도 모른 왠 누런 개 한 마리가 먼지만 앉은 풍구를 핥고 있었다. 원래 이 개는 누런 털이 아닌 고운 흰털을 갖고 있었을 듯 한데, 지금은 황톳물이 들어 더러워져있었고 몹시 배가 고파 보였다. 아마도 이 개 신둥이는 목넘이 마을을 지나는 이사꾼들이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버리고 갔던 개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그네가 동네를 지나다 팔아버린 개인지도 모른…(생략)

제시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날 어둡고 난 뒤 몇 사람이 모여 앉아 오늘의 미친개 이야기를 한다. 김선달은 그제 밤 산목을 넘는데 이상한 개 울음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 소리가 흡사 개가 발광해서 내는 소리 같다 하자, 마을 사람들은 이미 그 개가 미친개라는 것을 틀림없다며 이야기한다. 그러나 간난이 할아버지는 자기가 그 개를 모았을 때는 그 신둥이는 미친개로는 보이지 않더라,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신둥이를 감싸는 간난이 할아버지는 현실의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튿날 아침 간난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방앗간에서 풍구 밑에 엎드려 있는 신둥이를 보게 된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미친개기만 하면 단매에 죽여 버리리라 하는 생각으로 신둥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개는 주둥이에 거품을 물고 있지도, 침을 흘리지도 않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지도 않았다. 미친개가 아니다, 하며 간난이 할아버지가 몽둥이를 늘어뜨리는 순간, 놀랜 신둥이는 달아난다.
어떤 날 밤, 신둥이가 큰동장의 구유를 핥고 있는데 마침 큰동장이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자 신둥이가 달아나는 순간, 큰동장은 신둥이의 눈에서 이상한 푸른 빛을 보게 된다. 정말 미친개라는 생각에 큰동장은 왠지 신둥이와 가까워지는 것이 무서워 쫓아가지는 못하고 고함만 지른다. 다음 날 큰동장은 그 미친개 아주 정통으로 미쳤다고, 눈에 띄기만 하면 즉살을 시키겠다는 말을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 그 미친개가 사람에게 달려들면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니 정말 처치해야겠다는 말들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이상한 소문이 돈다. 뒷산에 무언가 있어 자세히 보니 그게 다름 아닌 미친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미친개가 혼자가 아니고 큰동장네 검둥이, 작은동장네 바둑이, 분명치 않은 또 한 마리의 개를 데리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동장네 집으로 돌아온 검둥이는 신둥이와 같이 있었으니 미쳤을 거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다.
신둥이는 그 후로 밤 틈을 타서 몰래 방앗간에 와 자고 간다. 그것이 소문이 나서 크고 작은 동장은 마을 사람을 모두 모아 신둥이를 잡으러 방앗간의 두 면을 둘러쌌다. 간난이 할아버지도 그 속에 있었다. 그 때, 신둥이를 노려보던 간난이 할아버지에게는 개의 눈빛이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스친다. 하나의 몸에서 나온 불빛이 아닌 여럿의 몸에서 나오는 불빛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무리 짐승이라도 새끼를 배었는데 죽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려라 하는 고함소리와 동시에 자기 다리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무언가를 느꼈다. 결국 신둥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겨울 준비로 바쁜 어느 날, 서산에 나무를 하러 간 간난이 할아버지는 강아지들이 뭉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다섯 마리의 강아지 속에는 틀림없는 간난이네 누렁이가, 검둥이가, 바둑이가 섞여있던 것이었다.
작품의 주인공인 신둥이는 나에게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질 수 있는 인내와 강인함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큰동장과 작은동장, 마을사람들의 위협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지키고 마침내 자신의 핏줄을 이은 신둥이는 고난받고 억압받았던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둥이가 원래 하얀 털을 갖고있었을 거라는 소설 속 말에서도 신둥이는 우리 민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랜 길을 걸어와서인지 신둥이는 흰 털은 황톳물에 물들여 있었다. 이것도 또한 황톳물, 외세의 압력에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둥이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씨를 퍼트린다. 우리 민족도 또한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서도 우리 문화를 꽃피우고 계승해왔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마을의 큰동장-작은동장은 아무 근거 없이 신둥이를 미친개 취급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신둥이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이들은 아마도 무지한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선동하고 이용했던 사이비 정치인들을 비유한 것일 것이다. 이들은 자신은 뒤에 비켜서서 고함 소리로 사람들을 부추기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편견대로 죽였다. 이러한 동장의 부추김대로 마을 사람들은 신둥이를 죽이려 하는 몰인정한 사람들로 나와있지만, 다르게 보면 이들 또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정작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면서, 권위 있는 자들의 잘 구슬린 말만 믿고 앞서 행동했던 이데올로기를 맹신한 민중들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인물로 나오는 간난이 할아버지는 인정 많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신둥이는 미친개가 아닐 것이다,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무조건 죽이려 해서는 안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묵묵히 지켜나간 간난이 할아버지는 결국 한 생명을 살렸고, 그 생명이 무사히 그의 핏줄을 퍼트릴 수 있도록 하게 해주었다.
이 소설은 해방 후, 혼란스러웠던 우리 민족의 상황을 우화로 해서 잘 비유하여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한 개가 사람들에게서 근거 없는 폭력과 위협을 당하고, 그래서 억울하고 도망다니다가 한 인정 많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결국 살아 남는 이야기로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와, 작가가 등장인물 하나 하나로 표현하려 했던 의미를 잘 생각해보면 이 소설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책을 읽을 때에도, 겉으로만 드러난 의미만 이해하고 대충 넘겨 읽지 않고 그 외적인 배경과 연결지어 더 깊은 독서를 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