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나서 무궁화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는 작가 김진명의 투철한 민족주의에 바탕한 탈식민주의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부각될 때, 주변의 권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원래 책 읽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이 책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지금까지 내가 이만큼 열심히 읽었던 책은 이문열의 `삼국지`와 이 책뿐이다. 이 책은 세 권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하루만에 다 읽는 기염을 토했던 그런 작품이었고, 사회를 보는 눈을 좀더 넓혀준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어느 정도의 베스트 셀러였느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것이라 본다. 무려 4백만 권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이 소설은 정보석, 황신혜, 박근형이라는 화려한 배역으로 영화화(1995)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쓰디쓴 참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워낙 유명한 베스트 셀러라 거기에 대한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알…(생략)

민족애라는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 해결의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통일, 남북분단과 대립은 우리 민족이 해결해야 하는 민족 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이 소설에서는 동포애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당면한 어려운 문제를 손쉽게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 또 이 책은 독자에게 성장하는 국력에 대한 자부심, 긍지를 갖도록 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남북간 이념대결의 지루하고 잔인한 대립의 구도에 진하게 깔려있는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일본에 대한 통쾌한 승리, 그리고 그것을 위한 한 인간의 생명을 내던진 값진 희생, 아름다운 여인의 순애보, 극적인 반전, 그리고 추리적 기법을 이용한 것 등이 소설적인 흥미를 높여주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향력은 엄청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향력에 관련한 설문조사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핵을 보유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하는 문제에 대해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과 읽은 사람들 사이에는 엄청난 반응의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안 읽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핵 보유에 찬성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는 고등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유공자 묘역에 묻혔다는 이휘소 박사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서 였다. 실제 모델인 미국의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는, 실제로 77년 6월16일 1시 22분 콜로라도주에서 아스펜으로 가는 케오네시 근처 인터스트리트도로 80번 상에서 자신의 승용차와 75년산 대형 유조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로 사망했고, 미국 시카고 교외 글렌알린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한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한일간의 전쟁을 다룬 유형의 책이 많이 읽히는 이유는, 아마 최근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미국 테러사건의 영향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주변 초강국으로 성장하는 일본의 국력과 북한의 핵문제, 또 주변국의 핵보유(미국, 중국, 러시아)와 잠재 핵보유국(북한, 일본) 사이의 환경에서 한국은 핵무기도 없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염려도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성장하고 국제사회에서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강대국의 견제도 많이 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행태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강대국의 횡포와 독주에 반감도 많았을 것이다. 특히 통일문제, 북한의 핵문제 등에 한국이 소외되어 있는 듯한 느낌에서 오는 우려 등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은 독자로서 시야를 넓혀, 미국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거대한 자기만의 힘을 믿고 자국 외에는 핵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 미국은 세계를 몇 번이나 초토화시킬 수 있는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우리 한반도에는 비핵화를 강요하였다. 거기에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모두 수긍하고 따랐다. 누구에게 핵이 더 필요한 것일까? 아무리 미국이 세계의 보안관이라지만 그들보다는 우리가 더 시급하다고 본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번 9.11테러는 그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은 아랍권 국가를 핍박해 왔다. 조심스런 추정이지만, 그들은 그 핍박을 테러라는 수단을 동원해 대항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테러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자기들의 입장과 힘만 내세우고 타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결과의 소치라고도 억측된다.
작품 속에서처럼 강대국은 핵을 보유해도 되고 우리는 안되는 게 합당한가?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은 군사적인 우위를 빌미로 세계를 장악하고 자기 손의 떡 주무르듯이 하고 있다. 우리가 만약 핵을 보유하게 되면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게 지금 보다는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의 이야기처럼 우리나라도 미국말만 듣는 꼭두각시가 아닌 우리의 뜻대로 강력히 추진한 적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것이 허구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믿을 것이다. 그런 사실 하나가 조금이나마 지금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나에게 민족적인 자부심과 아주 작은 애국심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