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무량수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작가 : 최순우
출판사 : 학고재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시간이 겹겹이 쌓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는 것들이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들어오고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많은 국가들은 자신들의 문화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일화의 흐름 속에서 독특하고도 독보적인 문화 유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것을 소중히 하는데 유난히도 인색한 삶을 살아왔다. 서구의 것이라면 무조건 떠받들고 더 나아가 그것이 발전이라고 여겨왔기에 우리가 가진 것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나를 가능케 했던 이들이 일궈놓은 것들이 유난히도 내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미술 교과서 등지에서나 어렴풋이 보아왔을 것들이 막상 커다란 사진으로 내 눈앞에 놓여있는 것 자체…(생략)

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 멀찌감치서 바라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던 경회루만 해도 그는 그 돌기둥을 이루고 있는 화강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얗고 우람한 돌기둥 속에서 세월의 흐름을 읽고 더 나아가 한국적인 멋을 느끼는 그였기에 모든 사람들이 놓치고 말았을 아름다움을 즐기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흙으로 빚어놓은 볼품없어 보이는 신라 토우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생동감을 읽어내고, 마구잡이로 알 수 없는 무늬를 그려넣은 듯한 분청사기추상문편병에서 목공들의 순박함과 익살스러움을 발견하는 그에게 삶은 즐거움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남을 사랑하려 드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것을 알지 못한 체 남의 것을 이해하려 드는 것 역시도 어리석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가방 하나 메고 홀연히 국내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든다. 어디라도 좋으니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소박한 우리네 삶을 엿볼 수 있는 곳과 조우하고픈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