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를 읽고 나서 무소유를 읽고 나서…

무소유를 읽고 나서
저자 : 법정
출판사 : 범우사
무소유의 사랑..
이 책은 책으로서 읽기 전에 비록 단편적이나마 접해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1학기 국어 시간에 선생님께 참고 자료로써도 접해 보았고,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지난 번에 쳤던 모의고사 시험 언어영역 지문에서도 접해 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들이 이 책과 나의 인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읽게 된 동기가 상당히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이것은 베스트셀러 도서 게시판에 당당히 올라 있던 책이었다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라는 것은 그래도 나와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읽어보고, 어느 정도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별 되었기에 그 곳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꼬리표 하나가 가지는 무게는 사뭇 무거운 듯 하다. 그만큼 많은…(생략)

은 `마음가는 대로 쓴 글`을 써 보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찾으라 하면, 나는 `물건을 잃어버린 것은 나의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단지 만날 인연이 있어서 만났던 물건과 인연이 다해 떠나갔을 뿐이다.` 라는 것이다. 모든 물건들 중 자기 자신의 물건이 없다는 그 말은 모든 것은 다 내 것이 아니며 고로 모든 것은 다 모든 사람의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평소 물건을 잘 잃어 버리고 후회하는 일이 빈번한 나로서는 그런 마음 가짐 하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지 짐작이 되었다. 어떤 물건 하나를 잃어버리고 난 후 그 물건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리고 내가 그 물건을 잠시나마 더 오랫동안 소유 할 수 있었다면 그 동안에 내가 가질 수 있는 어떤 이점까지,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릴 때면 내가 왜 그 곳에 그 물건을 놔 두고 잊어버렸던가 하는 류의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나는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집착, 혹시나 그 물건을 주워 갔을 수도 있는 어떤 이에 대한 이유 없는 미움과 질투, 모든 일에 무신경하게 잘 잃어버리고 잘 잊어버리는 둔감한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후회 등 수없이 많은 마음의 짐들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 한 번 두 번 쌓여가게 되면서 사람들은 마음의 병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이미 내 손에 더 이상 있지 않는 물건에 대하여 미련과 집착을 버린다면, 나는 그 모든 연쇄되어 나타난 마음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된다. 그 만큼 내 감정은 자책의 짐을 덜 받게 되고, 나 자신 또한 마음이 즐거워져 정신이 훨씬 건강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생각 해 보면 나는 이제껏 너무나 많은 그러한 족쇄에 매여 있어서 나 자신을 자꾸 옛 기억으로 묶어두고 있었던 것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더욱 아이러니컬 한 일은, 내가 묶여서 어찌 할 줄 모르는 그런 족쇄들은 모두 다 나 자신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 해 보면, 나는 소유욕이 많은 사람이다. 조금만 다른 사람이 나의 물건을 건드려도 혹시 망가뜨리지나 않을지, 잃어버리지나 않을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읽은 후에 다시 생각 해 보면, 그것은 다 물질에 대한 집착이었다. 사람에 관해서나 사물에 관해서나 나는 집착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말만큼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좀더 많은 생각과 수양으로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무소유가 마음 속에 뿌리 박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대로 무조건적인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생명들과 자연물들을 다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냥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이라도 그냥 옷깃을 붙잡고 혹시 나 아냐고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눈총 받아도 좋다. 만일 내가 진정으로 그렇게 여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전생에서 이웃집에 놀러 왔던 낯선 손님이었을 수도, 아니면 혹시 이 번잡한 거리에서 버스 앞 자리에 앉았을 수도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그 생명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 될 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모든 무소유로서 모든 집착을 다 떨쳐 낸 사랑은 훨씬 더 깨끗하고 고결한 사랑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어쨌든 내가 가장 서툰 일 중에 하나인 사랑하는 일은, 정말로 멋진 일인 것 같다. 소유하지 않는 일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