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독후감 무진기행

소설 서두에서, 나는 무진이란 아름다운 배경과 글 속에 묻어나는 정겨운 맛에 나는 시골 사람들의 고즈넉한 삶을 그린 소설인줄 알고 예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설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두사람은, 내 시선으로보기에는 정말 되고싶지 않은 유형의 인물들이었다. 출세를 위해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해서 부유한 삶을 누리다가, 이제와서 싫증을 느끼고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주인공이나, 출세욕에 눈이 멀어서 훌륭한 남자를 만나 성공할 생각만 하고 있는 음악선생, 둘 다 실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정말 이런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심 나는 주인공이 무진에서 뭔가를 깨닫고 세속적인 성취욕 따위는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가길 바랬지만, 결국 주인공은 도시로 돌아가버렸다. 도시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쩐지 어…(생략)

상의 공간으로 돌아와 서울에서 정체성을 감추고 일상생활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행된다. 허무함을 알면서도 허무함을 느껴보기 이전과 허무함을 느낀 이후의 차이는 직접 피부로 느껴봐야 하는 것 같다. 이 주인공이 안개 속의 무진에서 허무를 느껴봄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안정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무를 느껴보지 못한 채 일상생활의 안정을 느끼기에는 모순이겠지. 허무와 안정은 어쩌면 필요충분관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