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동물농장
난 아마도 이 책을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서 접한 것 같다. 방학숙제의 목적이 아니었다면, 제목조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책을 읽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이 책을 다 읽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조금은 내용이 지루하다는 쪽과, 그 반대로 책을 덮고 나면 뭔가 남는 게 있다는 쪽으로 나뉘어졌다. 이 책을 덮고 난 지금, 나는 어느 쪽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면 난 후자 쪽을 택하겠다. 솔직히 처음엔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이 책을 읽은 여느 사람들의 말처럼 조금은 지루했던 이 책이지만, 소름끼칠 정도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되어 버린 동물농장의 최후를 보면서 무언가가 느껴지는 책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이 책은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정치 풍자소설로는 《걸리버 여행기》 이후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친다고 알고있다. 이…(생략)

.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북한의 `동무`들이 생각났다. 책 속에서 서로들을 칭하는 `동무`라는 말이 떠올라서였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색깔 역시, 내가 북한을 떠올릴 수 있게 하였다. 농장의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들을 착취당하는 현실이 싫어서 모두들 합심해서 농장의 주인인 존스씨를 쫓아낸 것까지는 좋았다. 그 뒤에는 존스씨가 있었던 예전보다는 더 큰 자유가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췄어야했다. 그들이 정했던 칠계명 속에 첫 번째로 적혀있는 `두 발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라는 내용은 어느 샌가 `네 다리도 좋지만 두 다리는 `더 좋다!``로 바뀌어져 있었고, 거의 모든 칠계명들이 지도자인 나폴레온에게 유리한 상태로 매번 바뀌어져 있었다. 두 발로 걷는 짐승인 사람들의 것에는 그 무엇도 손대지 않겠다던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사나운 개들을 앞세워 다른 동물들의 입을 한순간에 막아버리고는 혼자서 독재 횡포를 부린 나폴레온을 볼 때는 그것이 더 이상 북한 등의 공산주의만을 비판하는 내용은 아닌 듯 싶었다. 일제시대의 우리나라 명작가, 명시인들이 쓴 글과 시를 보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 될 수 있듯이, 이 책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 책을 동물들의 세계만으로 한정지어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지는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지금도 말이 많은 의약분업, 매번 말이 바뀌는 정치판 등, 이 책 역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마지막에 와서는 `두 발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라는 말이 우습게도, 동물의 `지도자`인 돼지들이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장면은 정말 황당하면서도 날 화나게 했다. 조지 오웰은 이 책을 통해서 스탈린 시대를 비판했는지 몰라도, 일단 적어도 나에게는 우리나라가 먼저 떠올랐다. 얼마 전에 발표된 2005년 수능체제가 바뀐다는 말부터가 그랬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조언을 구하기에 급했고, 그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매일매일 바뀌는 게 수능`이라며 지금 이렇게 말해도 2005년이 되면 다시 바뀐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뿐이었다. 조금 동떨어진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 그렇지만 대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책의 무언가와 맞아떨어지는 듯 싶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라는 책은 처음엔 지루하게 시작한 책이었지만 이 책을 덮고 난 이후의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해 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