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를 읽고

모모를 읽고
모모는 산업화 된 현대문명사회의 틀에서 고착화 된 인간성 파멸에 대한 우려와 반성 그리고 그 해결책을 모모라는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부드러운 문체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동화의 형식을 빌어 쓰여진 작품이다.
현대 사회는 지금 너무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살아 온 삶의 족적을 되돌아 볼 겨를도 없이 본연의 순수하고 온기 충 만함을 잃어버린 채 차갑고 삭막한 생활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찾아 든 회색의 신사. 이 소설에 등장하는 회색의 신사는 무미건조하고 무감각한 도시 적인 삶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잠식하는 근원적인 병폐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생하면서 태초의 순진무구한 인간적인 심성을 소진시키고 그 공백을 혹독한 가뭄에 노출되어 쩍쩍 갈라진 논 바닥만큼이나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마음으로 채워나가는 이들은 산업화의 확산속도와 더불…(생략)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많은 일들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 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거야.”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모든 것이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일 때가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는 것이다.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 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낀 시간은 그냥 사라져버려.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또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 몫이지.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 멀고 귀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기다린다는 것은 태양이 한 바퀴 돌 동안 땅 속에서 내내 잠을 자다가 드디어 싹을 틔우는 씨앗과 같은 거란다.”
저마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다시 풍부해진것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있으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없이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시간을 저축하지만 그럼으로써 삶은 더욱 곤궁해지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다. 이 시간 현재를 중요시하고 알차게 보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