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충돌을 읽고 문명의충돌44

독후감 2차
문명의 충돌
9?11테러로 문명간의 충돌이 화제로 대두되던 즈음 이 책을 읽었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때 그 사건을 되새겨 보았다. 책을 죽 훑어 읽어가면서 헌팅턴이 이미 90년대에 예언했던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고 있는 것(중국의 경제발전, 아랍의 반미강화)들을 보면서 ‘이 사람, 예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문명간의 충돌의 예로, 20세기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이데올로기 충돌이 일어났다. 이 두 거대한 이데올로기는 세계의 많은 국가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였다. 이 거대한 충돌은 소련의 붕괴로 인해서 그 균형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사회를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해석한다. 그 패러다임이란, ‘문명’이다. 지금까지는 국제 사회를 바라볼 때, 주요 관찰 대상은 국가라는 단일 단위였다. 그러나 세계의 정치가 다양화 되면서 서구 문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생략)

력과 아시아 세력이 현재 서구 중심으로 되어있는 세계의 질서의 중심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가 일반적인 문명을 형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낙관론에 반대한다. 대신, 냉전질서가 무너진 폐허의 잔재를 걷어내면 앞서 기술한 여덟 개의 문명이 각자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것이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다.

이런 문명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문명으로 헌팅턴은 서구 기독교 문명을 들고 있고 서구를 중심으로 이론을 펼쳐나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구와 이슬람의 대립을 중심으로 펼쳐나가고 실제로 9?11테러 사건으로 실제로 들어났다. 유교 문명이 새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하고 있고, 유교 문명의 근원지인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사실 현재 중국은 엄청나게 큰 가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중국 외에도 일본 문명을 주시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유교 문명과 별개로 일본의 문명을 평가하고 있다.

그가 그의 문명론으로 세상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그 결론은 ‘문명의 충돌’이었다. 물론 이 세상을 규정짓고 그 흐름을 제어하는 데에는 문명 외에도 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지만, 그런 시각으로 세계에서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는 분쟁들을 바라보면 그의 시각이 꼭 들어맞는다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세계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랍의 반미운동이나 중국과 미국의 이권다툼 등의 국지적인 분쟁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분쟁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시각을 제공한다. 다만 이 부분에서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개입되었다. 작가는 모든 분쟁의 원인을 문명간의 충돌로만 생각했다. 나중에 가서 설명하겠지만 많은 경우의 분쟁이 문명과 관계없이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이 평론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헌팅턴은 이러한 상황 제시와 더불어, 최근에 일어났던 분쟁들-예를 들면 걸프전·이슬람 등-과의 ‘단층선’분쟁에 대해서도 일부 서술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분쟁은 문명과 문명간의 직접적인 충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러한 충돌은 현재 세계 평화를 크게 위협하는 존재이다. 이를 막기 위하여 각 문명의 핵심국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가 그 조정 가능성의 핵심이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9?11 사태 이후의 미국의 변화를 보면 나는 저자의 생각이 꼭 옳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자국의 국익을 위해 즉, 군사력에 의해 국방산업을 육성시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권을 많이 가질 수 있기 위해 때로는 정의에 위배되는 반 인권적인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반드시 문명만의 원인에 의한 전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나서부터 세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좁아졌으며 세계의 중심이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어 세계는 큰 미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 중심의 세계 지금까지는 별 마찰 없이 대를 이어 왔다. 그러나 지금, 이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론이 거론되었고, 9?11사건의 계기로 충돌론은 분쟁의 지배적인 해석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은 나의 독서 실력에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 내용이 너무나 어려웠고, 가끔은 작가의 너무나 주관적인 생각에 내가 이 책을 정말 읽어야 하나? 하는 의문에 책을 잠시 덮어두기도 했고, 나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피를 불러온 사건들에 대해 기독교의 원인은 살짝 배제하고 이슬람교의 책임으로 모두 전가해 버린 부분에서는 참 어이가 없었다. 가장 기분이 나빴었던 부분인데, 한국을 중국의 속국 수준으로 사실보다 비하하는 부분에서는 화가 나서 책을 집어던지고 이 책을 본 친구들과 작가에 대한 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후감의 압박으로 꾸역꾸역 읽다 보니 작가의 강한 주장에서 어떤 힘이 느껴졌다. 그 힘으로 책을 다 읽게 된 것 같다.

냉전 이후의 세계정세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점은 정말 좋았다. 그의 관점으로 보면 세계의 정세가 명확하게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서구 중심주의’라는 비난을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거시적으로 전체 세계정세를 분석하지만 결국은 미국의 부활을 예고하는 결론으로 매듭짓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슬람문명에 대해 ‘피만을 부르는 문명’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과격한 소수 이슬람의 행동만으로 전체적으로는 평화를 원하고 있는 그들에 대해 거짓되게 서술했다.

문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것이 종교와 언어라고 한다. 크리스트교와 이슬람 문명에 대해서는 자세히 묘사되어있는데 반해 불교는 언급되지 않았다. 인도에서 발생해서 동아시아로 그 세력을 넓혀온 불교는 비교적 평화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저자의 주장인 종교에 의한 분쟁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설명에서 제외시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많은 편견이 개입된 것을 제외하면 세계와 문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다. 세계를 널리 이해하고 많은 문명을 접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