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을 읽고 바이올렛

바이올렛
이 책은 첫장부터 주인공의 불행한 탄생을 이야기 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예상대로 창백한 피부에 슬픈 눈을 가진 가냘픈 사람이다. 단지 그런 설정을 빼더라도, 표현 자체부터 나는 진부함과 구걸을 느껴버린다. 잘생긴 남자를 표현할때 "뚜렷한 이목구비" 라고 하는 것과 흡사하다. 소설은 끝날때까지 주인공이 연약함을 직설적으로 강조한다.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어차피 현실에서 연약한 사람, 그 연약함을 강조 하고 싶었다면 강하지만 연약한 사람을 표현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연약한 사람, 그렇게 연약해 죽겠어, 직설적으로 표현해주시니 오히려 반감이 일어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던 어쨌든 나는 그렇게 느끼므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소설을 다 읽고 뒤에 해설이라고 나온 부분은 나를 더 기가 질리게 한다. 워낙에 소설에 대한 해설이라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다가 (소설 작가…(생략)

으며, 그렇게 도망치듯 누군가를 떠나오지는 않았는지. 그녀를 탁자에 엎드려 울게 했던 사진 기자처럼 내가 잊어서는 아니될 사람을 잊어 그들을 슬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Violet... Violin... Violence... Violator...
비록 사전에서라고는 하지만, 청초한 제비꽃과 공포스런 폭력이 너무나도 가까이 놓여있음은 보는 이를 섬뜩하게 한다. 그러나 섬뜩함으로 인해 몸에 소름이 돋기도 전에 이미 폭력은 보란 듯이 사회 속의 순수한 존재들을 위협하며 저만치 거리로 뛰어나가 있다.
폭력이 물리적인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처럼 다른 이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억지를 부리는-결국 `최`는 그녀에게 물리적 힘으로 자행되는 폭력까지 가하지만-타인에 대한 왜곡된 해석행위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주관적 관점에서 타자를 멋대로 평가하여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닫는 행위는 타인에게 고통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에게까지 고통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금까지 스스로가 만든 시선의 감옥에 갇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왜곡된 거울로 비추어 보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잠시 돌이켜본다.
물론 저마다 고유한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인 이상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을 유지하기엔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소망해본다. 우리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를, 그 관심 속에서 각 존재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보잘것없어 뵈고 수수하기만 한 바이올렛이 더없이 사랑스러운 존재로 기억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