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나서 백년동안의고독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곧 외할머니의 일주기가 다가온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지는 6년이 되었다. 나는 할머니 두 분이 사신 세월, 일제 강점기, 전쟁 또는 4,3 사건과 자식 키우기 등등의 일들을 그 시절의 눈으로 가늠해 보다가 그 할머니가 할머니가 아닌 때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젊은 엄마였고, 엄마가 되기 전에는 동네의 고운 처자였고, 또 그 전에 아기였던 때도 있었다는 걸 떠올려 보곤 한다.
1910년 생, 1920년 생 등등 지금은 조선시대의 여인들, 개화기 시대의 여인들, 일제 강점기의 여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옛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삶의 시간을 걸어온 할머니들의 삶을 들여다 보다 보면 나는 결코 삶이 어떠하며 인생이 어떠하다는 식의 말을 할 수가 없다.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은 중남미 대륙에 얽힌 백년 동안의 생과 투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 무릎에 놓여 그들의 삶이 …(생략)

그 기대를 다 채워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이 전 시대의 사람들에게 하나의 희망이었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그들은 자기 생을 희망이라고 부르는 대신 자신의 뒤에 남을 사람들을 희망이라고 여기며 살았던 존재들이다. 나 또한 내 삶에 대해 그러하고 내 아들에 대해 희망한다.
그러나 모든 희망은 고독한 삶을 이겨내 보려는 애씀, 어쩔 수 없이 인간삶에 드리워진 쓸쓸함의 그림자를 잊어 보려는 노력일 뿐. 마콘도의 오래된 증인 우르슬라의 기나긴 삶은 낙원에 대한 우리들의 희망을 거절하는 것 같다. 다만 우리 삶이 고독의 긴 여행임을 알아야 한다고 그것이 저 먼 땅의 이야기 만이 아니라 현재 내가 선 땅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증거들을 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