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베로니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규격화 된 형태로 포장된채 시장에 나오는 상품처럼 사람은 대게 비슷한 행동양식과 도덕을 교육받고 강요받는다. 그렇기때문에 때로 이런 의문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되기전의 나는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룰을 학습하기 전 원래의 나는 어떤 형태를 하고 있었던 걸까. 막 자살을 기도한 여성 베로니카를 주인공으로 1주일간 일어난 일을 차근히 따라가며 나는 그 해답을 찾을수 있었다. 자살 기도는 실패로 끝나 죽지는 않았지만 혈관의 괴사로 언제 죽을지 모를 베로니카는 그 때부터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어중간한 경계에서 정신병원 안을 존재감없이 떠돌다가 자신이 무엇때문에 죽으려고 했는지 원인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기성 세대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 그로인해 스스로가 선택할수 있는 부분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베로니카는 그런 사회적 억압에 의해…(생략)

는 작가의 태도는 신랄하기까지 했다. 베로니카의 피아노 연주에 의해 자아가 깨어난 에뒤아르가 정신병원을 탈출하려 했을 때 일어난 사건은 지극히 정상인 그가 발작했다면서 묶어놓고 머리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간호사는 전기치료를 했으니 이제 그가 곧 ??정상??으로 돌아올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되려 머리의 기억회로만 파괴한 비정상적인 행위였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항의한다면 의사는 환자가 치유 불가능이므로 감금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것이다. 권력기관이 사회적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규정한 이들을 특정 장소에 몰아넣고 행동을 제재하는 것처럼 규격에서 벗어난 사람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치료의 명목으로 폭력을 가하는 행위의 아이러니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가정과 사회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사람들을 통제하며 개성을 자르는 곳이다. 그러니 저항해서 한계를 뛰어넘고 본질을 찾아가라는 것. 제도에 순응하며 수많은 규칙에 얽매여 한시도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자화상에 베로니카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죽음이라는 절벽에 선 뒤에야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인간이 가본 적 없는 끝을 향해 베로니카는 세상 속으로 뛰쳐 나왔다. 산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의 차이를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 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쉬운 어조로 풀어나가는 파울로 코엘료의 탁월한 필력은 소설을 읽는 내내 나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들었다. 반복적인 일과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을 뒤돌아 보게 하고 현재 위치를 가늠케 하는 지표를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베로니카처럼 소극적인 자살기도가 아닌 적극적인 일탈로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될 한계에 대한 갈등을 극복할수 있길 바라며, 이제 나 스스로에게 물어볼 시간이다. 나는 정상인가? 내가 되기 전의 나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