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를 읽고나서 봉순이 언니 독후감 봉순이 언니

< 봉순이 언니 >
이 소설은 지금은 그리 많지 않은 직업이 되어버린, 집에서 거주하면서 집 안 일을 돌보아 주었던 ‘식모’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흥미로운 부분은 거의 1칭인 관찰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서술자가 5살의 여자아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만 말 한다면, 어린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 라는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이야기꾼 짱이는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다. 5살 임에도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이 있어 보이고, 자신이 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다. 벌써 글을 알고, 어른들의 세계를 관찰하면서 세상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짱아는 자신이 세상에서 처음 알게 된 사람을 봉순이 언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세상을 살다 보니까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난 어른이…(생략)

봉순이는 얼마나 믿고 있었을까? 사실 학교라는 곳과 배움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작품 속 식모들의 모습이 좀 의문스럽기도 했다. 물론, 다들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은 알지만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처지였음에도 왜 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봉순이의 나이가 지금의 나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더 충격스러웠지만 말이다. 지금 파출부일을 하시는 분들은 아줌마들이 많은데, 고작 13살 정도의 아이가 집안의 모든 일을 하고, 밥을 하고 빨래를 했다는 사실이 쉽게 공감되지 않는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도 그 집에서 같이 자라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소설 속에는 종종 이런 말들이 언급된다. 봉순이 언니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듯 하지만 짱이네 가족들이 하는 모든 일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영화를 보러 갈 때에도 봉순이는 집을 봐야한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집안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고, 부모도 없는 봉순이에게 짱이네 가족을 전부였을 텐데 말이다. 봉순이의 삶은 끊임없는 고난에 처한다. 물론, 그러한 상황을 그녀도 고난으로 인정하고 살아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울기도 하고, 실망하는 기색을 나타내는 부분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말 그녀자신이 힘들다고 입 밖으로 내 뱉은 말들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던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삶을 살아갔다. 그리고 남자들이 처음부터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녀는 자신의 몸을 주고, 자신의 노동력도 주었지만 끝까지 인연을 맺지는 못 한다. 남자의 폭력으로 인한 이별이든, 죽음이든 간에 말이다. 짱이네 엄마는 봉순이의 상황을 늘 걱정하지만, 자신의 친 자식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같이 끝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 물론, 나였어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시점인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식모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봉순의 언니의 삶처럼 혹은 정말 이상적으로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이었을까? 돈의 중요성? 아니면 세상은 역시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 우리가 세상에서 타인을 인식하던 순간 그리고 그들 속에서 나를 만들어 가는 시간을 인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 하고 싶었던 것일까? 많은 의문들이 생기지만 딱 하나의 답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