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나무를 읽고나서 일반독후감 빨간나무

1. 난 슬플 땐 무엇을 할까? "난 슬플 땐 힙합을 춰. 아무도 내가 슬프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도록." 천계영의 만화 언플러그드 보 이에서 주인공 현겸이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 전 만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 대사를 읽다 울컥해서 한때 힙합을 춰 볼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슬플 때마다 힙합을 추었다면 아미도 지금쯤 춤 꾼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때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슬퍼 보였으므로. "넌 슬플 때 힙합을 추지? 난 슬플 때 그림책 빨간 나무를 읽어.” 슬프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 책장을 넘기는 건 아니야. 절망적인 하루와 끝에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달콤한 위안 때문도 아니고." 지난 겨울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던 빨간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누구에게나 그런 흐린 날이 있을 거라는 정서적 공감 때문이다. 너만 그런 게 아니니까 쓸데없는 감정을 극복해보자.` 그렇게 3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그림책으로 우울한 어른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숀 핸이 이번에는 ‘먼 곳에서 온 이야기’ 들로 우리 곁을 찾아주었다. 길을 걷다 보면 바닥에 털어진 종이 쪽지에 눈길이 갈 때가 있다. 대개는 주머니에서 떨어진 영수증 같은 것들이지만, 알듯 모를 듯 한 말들이 쓰여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보다가 더 신기한 건 젖은 종이조각들 하나하나마다에 쓰여 있는 갖가지 단어들이 우연히 모여 시가 된다는 것이다. 잘 보이진 않지만 이야기를 속삭인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에 채일 대로 채여 구겨진 종이조각들을 눈여겨보았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 혹시‥‥ 그것은 누군가 남 몰래 적어놓은 시가 아닐까. 어느 날 아침 바람결에 날아온 종이조각들이 모여 또 다른 시가 되고 어떤 이는 청소부가 거리를 쓸고 지나간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시를 음미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정부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미사일을 각 가정마다 나눠 주었는데, 마을주민들은 이 미사일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오색찬란한 색을 칠하고 화려한 무늬를 그려 넣어 장식품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그 안에 빨래집게나 장작을 넣어 두기도 한다. 혹시라도 전구를 걸면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되는 미사일을 보면서 그들은 소망한다. 만약 다른 나라의 집 마당에도 미사일이 있어 자신들을 겨누고 있다면, 그 나라 사람들도 미사일의 더 좋은 쓰임새를 알아내기를. 이 책에 실릴 열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하거나 은유적인 표현들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이민2세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변두리 지역에서 성장한 작가에게 정체성 및 주변부 삶에 대한 고민은 낯설지 않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무심히 지나쳐버린 일상, 중심에서 비껴선 곳에 있던 삶의 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텍스트를 찢어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든지, 신문의 지면처럼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글자들이 몇 장의 그림만으로 그 뜻을 전달하는 방법 등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글과 그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때 그 울림은 더욱 크다.

를 쓸고 지나간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시를 음미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정부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미사일을 각 가정마다 나눠 주었는데, 마을주민들은 이 미사일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오색찬란한 색을 칠하고 화려한 무늬를 그려 넣어 장식품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그 안에 빨래집게나 장작을 넣어 두기도 한다. 혹시라도 전구를 걸면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되는 미사일을 보면서 그들은 소망한다. 만약 다른 나라의 집 마당에도 미사일이 있어 자신들을 겨누고 있다면, 그 나라 사람들도 미사일의 더 좋은 쓰임새를 알아내기를. 이 책에 실릴 열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하거나 은유적인 표현들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이민2세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변두리 지역에서 성장한 작가에게 정체성 및 주변부 삶에 대한 고민은 낯설지 않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무심히 지나쳐버린 일상, 중심에서 비껴선 곳에 있던 삶의 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텍스트를 찢어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든지, 신문의 지면처럼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글자들이 몇 장의 그림만으로 그 뜻을 전달하는 방법 등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글과 그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때 그 울림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