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꽃산행 사계절꽃산행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많이 담고 있는 책이어서 가장 먼저 손이 간 책이다. 저자는 나이가 마흔셋 정도밖에 안 된 분이지만,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나오면서 만 20년 넘게 공부해온 그간의 자신의 궤적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란다. 스무 곳의 산야를 선정하여 그곳에서 발견한 식물들에 대한 발견 및 동정에 얽힌 이야기와 학술적 논란 등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멋진 사진과 함께 실었으며, 열다섯 종의 식물을 선정하여 그의 기억 속에 각인된 특정 식물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 등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자생지가 드러나 채취꾼들에의해 식물들이 훼손될 우려가 있음에도, 꽃을 찾아 전국의 산과 들을 답사하는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낸다고 했다. 식물도감에도 없어서 듣기에 아주 생소한 여러 희귀 식물에 대한 소개도 있고, 그동안 내가 궁금해했던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한 답변도 들…(생략)

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이 있어서 그런 거란다. 꺾꽂이에 의해 쉽게 번식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북부 지방과 한라산의 고산 지대에서만 자란다고 되어 있던 `금방망이`를 서해안의 섬에서 발견했을 때의 흥분과 기쁨을 술회한 부분에서는 그 기쁨이 곧 내 기쁨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실은 나도 현진오 선생처럼 분명히 금방망이로 보이는 식물이 인천광역시 영흥도의 낮은 지대에 군락으로 자라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어느 책에서도 서해안에 금방망이가 자란다고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선뜻 동정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산 어느 한 권의 책에서 금방망이가 서해안의 섬에 드물게 자란다는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확신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현진오 선생이 문순화 선생과 함께 펴낸 책에서였다. 내장산의 정밀한 식물 조사는 이제 아마추어 식물연구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일었다. 자연공원법에 의해 10년마다 정밀 조사하게 되어 있는 국립공원의 자연자원 조사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고, 또 식물상 연구에는 연구비를 주지 않는 우리의 연구비 지급 풍도를 볼 때 식물분류학자들에게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내장산국립공원을 아끼는 아마추어 연구가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단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책(?) 없다고 이 책에서도 몇 가지 사소한 결점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리 중대한 건 아니라고 본다. 이 정도의 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존경심이 들 뿐이다. 그런 오류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인지 책의 머리말에서, `식물에 대한 지식의 한계 때문에 드러나는 오류가 있다면 독자들의 입장에서 주저없이 바로잡아 주시기 바란다.`라고 한 부분은 정말 멋진 멘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