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고백을 읽고나서 사도세자의 고백

사도세자의 고백을 읽고.
10325 이예진
이 책의 배경은 ‘삼종의 혈맥’ 의 시조인 조선의 효종부터 시작된다. 효종의 외아들인 현종이 왕을 잇고 또 현종의 외아들인 숙종이 왕을 이었다고 하여 삼종의 혈맥이라고 한다. 사도세자의 고백의 중요한 배경은 붕당 정치라는 점이다. 붕당은 선조 이후부터 형성된 정치 집단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정당과 비슷한 것 같다. 훈구와 사림이 대립을 하다가, 훈구가 멸절하고, 사림은 학파와 지역에 의해서 뜻이 맞는 자들끼리 당을 결성하는데 이것이 붕당이다. 광해군 때는 북인이 집권을 하고, 서인들이 인조반정을 하여 인조가 왕위에 올라 서인들이 집권을 하다가, 효종 이후로는 남인과 서인이 공존하는 형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숙종은 붕당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붕당정치를 없애려 했다. 그리하여 제딴에는 고르게 등용한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잦은 환난을 일으켰고, 편당적 정…(생략)

몰리면 그 일가가 씨를 말리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이 때를 배경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 사도세자의 고백이다. 이 전체적인 내용은, 사도세자가 죽은 이유가 상식으로 굳어진 정신병 때문이 아니라, 외척의 모함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외척이라 함은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와 장인 홍봉한 이다. 영조는 어머니인 숙빈 최씨가 천한 신분이라는 것과 경종독살설이라는 두 가지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탕평책을 실시하던 도중 어렵게 낳은 세자.. 그러나 탕평책은 근본적인 정책이 되지 못하였고, 나주벽서사건을 계기로 하여 영조는 형식적인 탕평책을 한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성군 기질을 가지고 있던 세자는 영특하여 아버지 영조가 잘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소론과 뜻을 함께한다. 영종은 경종독살이라는 과거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 과거를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자도 이것을 눈치채고 노론을 미워한다. 결국 노론은 세자가 왕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생명이 위험해질 것을 알고,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 때 노론의 주축이 된 것은 다름아닌 세자의 부인과 장인이다. 결국 노론을 상대하기엔 힘이 미약했던 소론과 함께 사도세자는 역사 속에 묻힌다.
나는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역사소설을 읽어볼 생각은 하질 않았다. 기껏해야 흥미위주의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나 몇편 읽었을 뿐. 그러나 이 사도세자의 고백을 읽고 나서 정말 감탄이 나왔다.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두고 이렇게 해석을 달리 할 수 있구나.. 이게 바로 주관적 의미의 역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굳어져 있는 사실을 뒤집어 생각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사도세자에게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가끔씩 이게 사실일까.. 내가 야사에 홀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내용이 진실인지, 아니면 작가가 소설을 위해 설정한 허구인지, 아니면 인증받지 못한 야사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큰 감동이었다.
조선시대의 붕당정치..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옛날 일이라 그다지 실감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이지만, 그다지 치욕스럽지도 않았다. 아무 감정 없었던 당파 싸움에 환멸을 느끼게 된 이유는 사위도, 남편도, 심지어 친아들조차 죽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간질을 시켰다 하지만 친아들을 굶겨 죽일 수가 있을까. 부성애의 깊이가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생모까지도 등을 돌리는 모습은 정말 드라마 속의 한장면 같았다.
역사에서 만일이라는 말은 없지만, 만약에 사도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세종대왕 못지 않은 성군의 기질이 보였는데, 북벌을 단행하였다면 지금 우리 나라가 훨씬 더 넓지 않았을까. 그리고 일본에게 국토를 빼앗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보다 국력이 더 셌을 수도 있다. 조선은 제 2의 중흥기를 맞아서 더 번창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똑똑해서 귀여워 마지않아 하던 세자를 무참히 뒤주 속에 가두어 버린 영조가 나쁘게 생각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도 피해자같다. 당파싸움에 희생이 되어 성격도 이상해지고, 아들마저 잃었으니.. 사실 영조의 성격을 보면서 왕의 이미지가 다 깨졌다. 정신이상자라는 말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사도세자가 죽는 데 큰 기여를 한 혜경궁 홍씨도 피해자이다. 그녀라고 해서 사도세자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당파싸움에 휘말려 인생을 눈물과 한으로만 지내야 했는데 어찌 가해자라고만 할 수 있을까. 단지 남편과 집안 중에서 집안을 선택했을 뿐.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이 현재의 당파싸움과 비슷한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는 잘못했다간 삼족이 다 죽는 리얼한 싸움이지만 말이다. 백성들의 고통에는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싸웠던 그들과, 수해가 나서 잠을 잘 집조차도 없어서 방황하는 수재민은 남의 집 불난듯 여기며 병역 비리 따위만을 따지고 있는 현대의 정치인들.. 지금의 정당문화가 아무래도 조선 시대의 붕당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 같다.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다.